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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나는 늘 어머니께 꾸중을 들었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 필통을 꽉 채우면 돌아와서는 꼭 비어 있는 것이다.
한 번은 날마다 지우개를 잃어버리는 나를 위해 나일론 실로 필통에 지우개를 매 주셨다. 그리고 그날 난 필통조차 잃어버렸다. 초등학교 2학년 때던가 그랬는데, 그날로 어머니는 날 포기하셨다.
그렇다고 내 습관이 바뀐 건 아니었다. 중학교 때는 교복과 실내복을 따로 두고 갈아입어야 했는데, 집에 갈 때 교복을 찾아보면 이미 책상 밑에서 걸레가 되어 발견되었고, 고등학교 때는 책상에 다 쌓아둔 후 침대에까지 쌓아두고 정작 사람은 방바닥에 웅크리고 자곤 했다.
결혼하고도 마찬가지여서 우리집은 늘 폭탄맞은 집이고, 온 식구가 늘 물건을 찾아다니기에 바쁘다. 유전도 환경도 정리하고는 먼지라 우리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깔끔 하는 남편이 돌아버리지 않은 것도 다행한 일이다.
그래서 올해의 목표는 정리를 잘 하는 것이다. 이 책도 그 일환으로 읽었다. 난 늘 여기저기 적어두고 그걸 찾지 못해서 일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이 책은... 정신없는 나한테는 정말 딱이다. 메모란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말이 가슴 절절했다. 지금까지는 다시 찾기가 어려우니 대충 외우고 살았는데, 건망증이 심해지는 요즘은 점점 어려워지던 차였다.
내가 늘 사서 쓰는 양지다이어리에 올해부터는 정리를 좀 해보자고 생각한다. 그날그날의 일도 짤막하게 한두 줄 메모하고, 해야 할 일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인 후 한 일은 떼어버리는 것도 좋겠다.
읽은 책도 정리를 좀 해보고 싶어서, 대충 읽었다는 표시로 알라딘에 리뷰도 올린다.
그런데 한 가지, 도저히 안 되는 게 있다. 하고싶은 순위 10가지 그리고 되고 싶은 순위 10가지를 적어 보라는데... 10가지 찾기가 힘들다. 일단 그것부터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