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보다 하버드를 겨냥하라
김성혜 지음 / 물푸레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빠네 둘째가 원하던 S대에 척 붙었다. 그것도 점수 맞춰 대충 과를 고른 게 아니라 지가 가겠다던 과에 갔다. 큰놈도 그랬다. 그래서 같은 대학에서 한놈은 법대, 한놈은 경영대에 다니게 되었다.

대치동도 아니고 서울도 아니고, 지방도시에서 형제가 내로라하는 대학의 내로라하는 과에 연달아 붙었으니 난리가 났다. 애써 평온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친정에 가면 온 식구의 입은 귀 밑에 걸려 있고, 집안 분위기는 화목 그 자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하더라도 꽤나 속을 썩였던 기억이 있는데, 대학 합격과 더불어 둘도 없는 효녀가 되었다. 나 역시 내 조카들의 품성이나 그릇을 떠나서 대학 합격 그 자체만 가지고 흐뭇하고 자랑스럽다.(물론 그네들의 품성에 문제가 있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한동안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제목이 너무 통속적이어서 외면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니 어쩔 수 없이 관심이 갔고, 재미있게 읽었다.

점수 높은 사람보다는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운동 예능방면에 특기가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는 미국의 일류대학이 부러웠다.

봉사활동을 하면서(설령 이것이 아이비리그에 입학하기 위한 가식이라고 하더라도), 운동도 하면서, 그러면서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에 들어가는 그들이 부러웠다. 봉사활동은커녕 4시간 넘게 자면 떨어진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10년을 달려야 하는 우리네 아이들이 불쌍했다.

내 아들 딸도 부디 이런 모습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루 서너 시간씩 운동을 하면서도 학교공부 충분히 따라가고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말이면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봉사활동도 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에서 봉사활동도 하면서 가고 싶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

이 책을 보니 방법은 있었다. 미국의 좋은 사립고등학교들에 보내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다만 학비가 매년 4천만원씩은 드는 것이 문제일 뿐. 하긴 요즘은 우리나라의 특목고에서도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많이들 들어가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 한쪽에선 아이 헷갈리게 하지 말자는 생각도 드니, 문제는 늘 흔들리는 엄마이다. 소신도 원칙도 없이 이 말 저 말에 혹하는 엄마.

여기까지 쓰고 보니 갑자기 헛웃음이 나온다. 울 아들놈... 평생성적이 결정된다는 4학년이 된 올해는 부디 반 평균은 깎아먹지 말아야 할 터인데... 이것이 현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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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1-0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십 년 후에는 이런 책 읽고 감격하고 흔들릴까요??

오늘 드뎌 동감 못한다 썼는데^^;;

숨은아이 2005-01-0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학년 때 평생 성적이 결정된대요? 정말루? 설마요~ 그리구 평생이란 게 정말로 평생인가요? 기껏해야 열아홉 살 때까지겠지요.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제 옆지기는요, 초등학교 때는 어머니가 저놈이 과연 커서 뭐가 될까 걱정하고, 중학교 때는 저놈이 과연 고등학교는 붙을까 걱정했는데, 고등학교 때 상위 10퍼센트 학생만 들어가는 기숙사 들어갔구요. 고3 때는 담임이 너는 반드시 대학 떨어진다고 했는데 붙었어요.

호랑녀 2005-01-05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저도 감격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부럽죠. 그래 좋겠다, 아들 자랑할 수 있어서... 할 것 다 하면서도 예일 다니니 얼마나 좋겠냐... 뭐 그런 거요.

숨은아이님... 그런 책 있잖아요, 왜 평생성적4학년때결정된다 이거요 ^^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 우리학교에서 제 이름 모르는 사람 없을 정도로 날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 의미가 없더군요. 나중에 고등학교 다니면서 한참 놀다가(제 고3 담임도 그랬어요, 니가 대학 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런데 저 대학 갔거든요 ㅠㅠ) 대학 가보니 초등학교 때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친구들이 다들 S대 다니고 있어서... 다소 머쓱했죠.

초등학교 때는 그저 책 많이 읽고 논리적 사고력을 쌓는 게, 그러니까 내공을 쌓는 게 최고다 늘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요즘은 집집마다 못하는 놈들이 없는 것 같아서 가끔 스스로를 믿지 못하죠. 내가 애 하나(아니 셋) 망치는 건 아닌가 싶어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