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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오리너구리 우화 ㅣ 어린이를 위한 철학동화집 1
이윤희 지음, 구분선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이 여러분은 오리너구리가 어떻게 생긴 동물인지 아세요?
부리는 오리처럼 생겼고, 발에는 물갈퀴가 달려 있는데 또 너구리처럼 굴 속에서 산답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지요. 알에서 나오는데도 엄마 젖을 먹고 자란대요. 오리너구리는 도대체 오리일까요, 너구리일까요?
갑자기 무슨 얘기냐구요?
오늘 제가 여러분들게 소개해드릴 책의 제목이 <성급한 오리너구리 우화>거든요.
원래 오리너구리는 용이나 봉황처럼 하늘나라에서 사는 동물이었대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이 놀리죠.
"옛날에 그 분이 하늘과 땅과 동물과 식물을 만드실 적에, 그때 일인데 말이야...그분이 동물들을 만들다 보니 여러 가지 남는 것이 있었다는 거 아냐. 예를 들면 오리의 부리라든가, 너구리의 꼬리 같은 거. 그런 남은 것을 적당히 모아 덤으로 만들어진 동물이 있었는데..."
이런 말을 하면서요.
오리너구리는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그래서 당장 그분께 가서 따졌죠.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느냐구요. 그분은 어떻게 말씀하셨을까요?
오리너구리가 진짜로 다른 동물들을 만들다 남은 재료로 만들어졌을까요, 아니면 오리너구리를 먼저 만들고 그 모습을 따서 다른 동물들을 만든 걸까요?
이 책은 같은 사물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글이 길지 않고 그림도 아주 많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여운이 무척 길게 남는 책입니다.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권하지만 사실 고학년 친구들이 읽어도 생각해 볼 내용이 아주 많을 거예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문제를 갖고 계시나요? 그 문제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좋은 일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오리너구리처럼요.
학교도서관을 그만 두기 직전, 가장 마지막으로 한 일은 방송반에게 독서방송의 원고를 넘긴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방송이 되는 건 보지 못했다. 난 10월 말까지만 근무했고, 독서방송은 11월부터 시작이었으니까.
내가 그만 두고 나면 스스로 하겠다던 6학년 아나운서 승연이. 지금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두 권을 넘겼는데, 첫번째는 고학년을 위한 무기팔지 마세요(위기철 작)였고, 다른 한 권은 바로 이 책이었다. 저학년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내용은 고학년에게도 그리고 어른에게도 좋은 책이다.
내친김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사줬다. 오늘 아침, 서로 학교에 들고 가겠다고 둘이 싸우다가 결국 늦게까지 학교 안 가고 버텼던 딸내미가 이겼다. 부디 읽은 후, 두고두고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 참 괜찮다. 14권이 시리즈인데, 모두 괜찮아 보였다. 쉽게 읽을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으니 정말 딱!이다. 게다가 (출판사나 작가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베스트셀러도 아니어서 사람들이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선물하기도 딱 좋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