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급한 전화가 왔다. 아버님이 한쪽 팔다리가 마비가 되셨다고, 그래서 급히 응급실로 가시는 중이시란다.

토요일 새벽 첫 KTX를 타고 갔는데, 그 사이 아버님은 의사를 졸라 각서까지 쓰고 퇴원을 해버리시고, 나는... 그냥 아버님 어머님을 뵙기만 하고는... 일요일까지 친정과 시동생네에서 푹~ 놀다 왔다.

아무래도 학부형이 많다 보니 학교이야기가 주된 얘기다.

1. 초등학교 3학년 교실. 매주 시험을 보고, 매달 자리를 바꾸는데, 성적순으로 A조부터 F조까지 앉힌단다. 고3이 아니라 초등학교 3학년의 풍경이다.  그럼 내가 조별로 수준에 맞춰 학습지나 유인물이 따로 나가느냐고 했더니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과연 무엇을 위함일까.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모멸감을 주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이런 정글이니, 미리미리 배워 두라는 의미일까.

2. 2학년 남자아이의 엄마. 아침 10시에 학교 담임에게 전화가 왔단다. 아이가 싸웠다고 학교로 당장! 나오랬단다. 놀란 가슴을 부여안고 온갖 상상을 하면서 학교에 갔더니, 아들이 다른 여자아이를 때려서 머리핀이 부러졌으니, 가서 똑같은 걸 사오라고 했단다. 아이들은 이미 화해하고 다시 희희락락 놀고 있었고... 그 여자아이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사오느냐고, 냅두라고 했단다. 그 엄마는 매우 심각하게, 촌지를 바랬던 거 아니냐고, 스승의날도 그냥 지나쳤더니 그 보복이 아니냐고... 걱정한다.

3.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준비물을 챙겨오지 못한 어린이는 그 시간에 한시간 내내 책상에 엎드려서 꼼짝도 하지 말아야 한단다.

 아, 그 나이에 아이들이 반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이야기되었다. 단지 선생님이 좀더 편하게 통치(!)하기 위해 반장을 두고 반장에게 전권을 주는 게, 그래서 말썽이 생겼을 땐 무조건 반장 밀어줘버리는 게 과연 초등학교에서 해야 할 일인가 하는 것이다.

피자반장, 실내놀이터반장 얘기도 나왔다. 공약으로 '내가 반장 되면 피자 돌릴께'라고 얘기하고, 그럼 진짜 그놈이 반장이 된다는... 담임선생님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나는...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

편찮으신 시부모님, 암담한 학교 풍경, 거기에 날씨까지 겹쳐져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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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6-2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도대체 그런 학교가 있습니까???? 우와!!! 울 소현이 학교는 엄청 좋구만유...저는 학교 근처도 안 가는 형이라... 그리고 스승의 날엔 절대 선물도 안 받는 학교에 다니는 소현이가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있긴 있군요.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엄마 엄청 속상하겠다....

sooninara 2004-06-2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워요..울학교에도 이상한 선생님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아들이 그선생님 담당이 아닌것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지요^^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단체 연수라도 시켜서..성적제로 모욕을 주어야 될듯하네요..눈에는 눈 이에는 이...당해봐야 지들도 안하지..

아영엄마 2004-06-2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접해 보면 별별 일이 다 있고, 선생님도 천차만별이라는 걸 알겠더군요. 그래서 학교 들어간 이후로 걱정하는 것이 제발! 좋은 선생님 만나야 할텐데 입니다.. 현재 담임선생님은 좋으신 분인데 아기 낳으러 가시면 오실 임시선생님은 어떤 분일지 걱정입니다. 엄마들 말로는 그걸 전담으로 하시는 남자선생님(나이 좀 되시는)이 올거라는데..

호랑녀 2004-06-2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엄마들의 답글이 바로 올라오누만요.
제가 학교에서 보니, 정말 좋은 선생님도 참 많습니다.
그런데, 가끔 정말 수준 이하다 싶은 사람도 있어요. 그냥 팔자다 하면서 지나가야 하는지, 그것도 아이에게 단련이다 생각하면서 지나쳐야 하는지...
선생님이라는 자리가, 편하려고 생각하면 끝없이 편할 수 있고,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면 정말 세상에서 제일 힘든 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이... 점점 편한 것만 추구하는지라...
(사실은, 그 성적순으로 앉히는 선생님에 대해 얘기하다가 남편과 대판 싸웠습니다. 저는... 학교는 공부 외에 다른 것도 배워야 한다, 그저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게 목표라면 학교 그만 두고, 단기간에 검정고시해서 대학 가는 게 낫다... 고 하는데, 제가 진짜로 그렇게 저지를까봐 무지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자기 마누라 소심녀인 줄은 모르고...ㅠㅠ)

2004-06-21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4-06-2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러다니는것...^^ 찾아 볼께요..사실 고장난놈도 줄때가 있긴한데..호랑녀님이 너무 아쉬워하셔서 드릴까했걸랑요...제가 다른것 찾아보고 보내드릴테니..주소 남겨 주세요..서재쥔장 보기로요..

조선인 2004-06-2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정말 그런 초등학교가 있단 말입니까? 그런 선생이 있다구요?
정말 무서운 세상이군요.
하긴 이제 초등1년인 조카 얘기도 남 얘기 같지 않습니다.
지난주에 학교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조카가 지혈제를 동원해야 할 정도로 코피가 나고, 인중 부근은 몇 바늘 꿰매야할 정도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담임선생은 관리소홀로 비난받을까봐 그런지, 남자애들끼리 과격하게 놀아서 그렇다고 은근히 조카탓을 하고, 상대방 부모는 지금껏 사과방문은커녕 전화 한통 없습니다. 새언니는 남자애 키우면서 이 정도 일은 다반사라며 넘기고 있지만, 제가 너무 분통이 치밉니다. 으...
그런데 말 하고 보니.. 어째 딴 길로 빠진듯... -.-;;

호랑녀 2004-06-2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감사. 다시는 상품에 눈이 멀지 않겠다는... 약속은 드리기 어렵지만 ㅋㅋ 노력하겠습니다. ^^
조선인님, 아마 상대방 엄마는 모르지 않았을까 싶네요. 애는 엄마한테 혼날까봐 말 안 하고, 담임선생님이 전화 안 하믄 모르겠지요...
제가 이제야 세상을 알아가는 건지, 아님 원래 그랬었는지, 참 많은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고, 변명만 합니다. 혹시 누가 무슨 헤코지를 할까봐,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참 급급합니다. 참, 학교에서 사고나면 무슨무슨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게 있다던데... 누구 아시는 분 없으시나요?

조선인 2004-06-2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명 왕따보험이라는 건데요, 학교에서 사고가 날 경우 배상해줍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남을 때렸을 때 치료비랑 위자료도 나오고요(우리 새언니도 이거 들었습니다. 만에 하나 조카가 다른친구를 다치게 했을 경우 최대 1000만원 보상금이 나온다네요). 보험사마다 상품이 다양하니 검색해보시면?

호랑녀 2004-06-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리고 따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들어두어서 자동으로 다 받을 수 있는 뭐 그런 것도 있는데, 절대로 학교에서 먼저 말하지는 않는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소문이어서, 제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