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괜히 실실 웃으면서 아이들과 눈을 맞춘다.

2. 요즘 통 도서실에 안 보이는 놈과는 특히 눈을 맞추면서 이름을 불러준다.

3. 작년에 자주 오더니 올해 안 오는 놈에게는 좀더 다정하게, '왜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드니? 요즘 바쁘니?'라고 관심을 표해준다.

4.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때마다 이름을 한번씩 불러주고 화면 내용을 확인해준다. - 이럼으로써 아이들 이름도 외울 수도 있고, 저학년 아이들은 뭔가 사서선생님이 자기에게 특별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사실은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한 번 불러줄 뿐인데...

5. 동네에서 만나도(우리 동네 애들은 99.99% 우리학교 애들이므로) 다 알고 있는 듯이 '안녕' 하고 웃으면서 지나간다.

6. 어머니인지 선생님인지 모르므로, 만나면 나를 아는 듯한 표정을 짓는 아줌마를 만나면 무조건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엊그제는 은행에서 한 아줌마가 반갑게 어깨를 치며! 인사를 하기에 나도 똑같이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 아줌마 갑자기 사람 잘못봤다며 미안하다고 가버렸다. 혼자 남은 나만 머쓱!)

6월 들어 도서실에 아이들이 확~ 늘었다. 평소 각각 200권 안팎이던 대출 반납이 거의 매일 300권을 넘어선다. 도서실에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있는 놈들도 많아졌고, 고학년 여자아이들은 나랑 수다를 떨려고 해서 난감하게 만든다. 수다가 여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수업시간 시작종이 치면 아이들을 몰아내야 하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도서실에 앉아있는 놈들(선생님이 가도 된다고 했다거나, 선생님 출장가셨다거나...) 때문에 교실로 확인전화를 하곤 한다. 겨우 1.5칸짜리 도서실에 아이들이 북적대니, 땀냄새에 책냄새, 먼지냄새가 복합되어서... 오후가 되면 숨을 쉬기 곤란할 때도 있다.

나의 이런 팬관리 전략이 조금쯤 도움이 된 것도 같고, 매월 각반에서 대출왕을 뽑아 직접 만든 책갈피와 선물을 주는 것도 조금쯤 도움이 되었다고 판단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힘들다. 무지무지 힘들다... 헥헥...

도우미 어머니들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된 올해, 업무량은 1.5배가 되었고, 거기에 내가 좋아서 하는 몇몇 일들까지 겹치니... 해야 할 일들에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보고 아무데나 휙 던져둔 아이들이 너무너무 많다. 다음에 와서 또 보려고 큰 책 사이에 작은 책을 숨겨놓거나 책꽂이 위에 몰래 올려둔 아이들은 그나마 귀엽다.

날씨마저 더워지니 점점 힘에 부친다.

결국! 어제는 도서검색대에서 나 몰래 인터넷 게임을 하는 놈들의 등짝을 소리나게 때려주었다. 드디어 본성이 드러나버렸다. 이 여름이 다가기 전에, 폭력 일용직으로 찍혀서 해고당할지 모른다. 그럼 사람들이 그러겠지.

어머, 세상에, 애들을 팼다구? 정식교사도 아니었대. 일용직이었대. 어머 그 아줌마 늘 웃고 다녀서 그렇게 안봤더니 완전히 가면이었던 거 아냐? 세상에 세상에, 그 체격에 체중을 실어서 애들을 때렸을 거 아냐. 애들이 남아나질 않겠네...

동네에서도 쫓겨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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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6-1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우미 엄마들도 안나오시고 힘드시겠어요.. 그런데...일용직이라면 학교에서 월급을 받고 하시는 건가요? 제가 예전에 대학 휴학할 때 초등학교 과학실 보조 일용직으로 근무했었던 것이 기억나서.. 그나저나 도서관 이용하는 아이들 책은 소중하게 다루라고 군기를 팍! 잡아 놓으시어요~

호랑녀 2004-06-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과학보조 일용직하고 비슷하답니다. 고달픈 신세지요...
그런데 그냥 일용직답게 일하면 남들 대접도 일용직일 것 같아서, 정식처럼 일합니다. 진짜 선생님처럼...^^
그랬더니 (겉으로는) 다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선생님 대접 해줍니다. 뭐, 제멋에 살지요.

아영엄마 2004-06-1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대접 받으실만하니 받으시겠죠.. 전요.. 흑흑... 아무리 덩치가 작은 편이라고 하지만 출근시간에 신발 신고 들어간다고 현관에 지키고 서 있던 주임선생님께 '야, 너 왜 실내화 안 갈아 신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답니다. 알아 보신 다음에 당황하시면서 사과하시더군요..쩝~ 나이 20살이 넘어서까지 초등학생 대접이라니.. 그보다는 요즘 애들이 워낙 성숙한 탓이겠죠? ^^;;

sooninara 2004-06-1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선생님이군요..등짝 맞아도 싸기에..괜찮을겁니다..^^

로렌초의시종 2004-06-1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이 대접받으려고 일하시는게 아니라 대접받을만큼 열심히 일하시니까 대접을 받으시는 거죠^^

호랑녀 2004-06-1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젊어보이니 좋지 ^^ 서른 넘으니, 어려보인다 그러면 뭐라도 사주고 싶더만요 ^^
수니나라님, 고맙습니다. 하긴 우리집애들 패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양반이었습니다 ㅠㅠ
로렌초시종님, 여기 오시는 거의 모든 분들의 공통점이겠죠, 그저 책하고 같이 있기만 하면 좋은... 책보는 애들은 그저 이뻐 보이는...대접은 늘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별로 대접받고 자라지 못해서 ㅠㅠ

2004-06-12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4-06-1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뭐래도 전 님 편이어요! 여자끼리 친하게 지내요!

호랑녀 2004-06-1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부리님. 반가워요.
친하게 지내요. 여!자!끼!리!

수수께끼 2004-06-3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1.5칸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맨날 고건축의 칸만 하다보니...현대 건축물은...잘 모릅니다) 우선은 그 속에서 일어나는 먼지가 말도 못하겠군요....마스크는 안쓰시더라도 창문이라도 열어 젖히고 일을 하셔야 되겠네요....그리고, 지금은 이번 처럼 등짝 한번만 때려주시는데...맞을 짓을 했다면 때리는게 당연합니다.
말같지도 않은 조언 한마디 드리면...정말로 말 안듣는 학생이 있다면 본보기로 아주 심하게 꾸짖어 주세요...말씀대로 <호랑녀>의 본떼를 보여주셔야 그 다음에는 눈짓만 해도 말 잘들을 겁니다. 그런데...<사서>라는 단어는 없어진게 아닌가요? 문헌정보요원(뭐..FBI같습니다만)이 맞는 말이 아닌지요?

호랑녀 2004-07-0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헌정보요원이요? 국방부에서만 쓰는 용어인 듯...^^
도서관학과였다가 문헌정보학과로 이름이 바뀌긴 했는데, 사서는 그대로 사서입니다. 사서교사라고 하고, 공무원시험을 볼 때도 사서직으로 뽑지요.
1.5칸은, 교실 한칸 반이란 얘기에요. 수치에 영 약해서, 정확한 사이즈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만간 두칸 반으로 이사할 계획인데, 언제 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기는... 좀 심각하긴 합니다. 공기청정기가 있음 좋은데, 윗분들이 신경을 안 써주시네요 ㅠㅠ. 제 전임사서는, 석달 근무 후에, 다시는 도서관에서 근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떠나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