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학년 아들이 선생님께 드린 선물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예쁜 색깔의 A4 용지 다섯장을 준비하더군요.
첫째장 : 김미란 선생님은 미인이시고 란초처럼 아름다우십니다
김미란 선생님 사랑해요
*** 올림
둘쨰장 : 선생님 얼굴을 예쁘게 그렸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더군요.(앗, 실패! 선생님이 훨씬 더 예쁘셔요)
셋째장 : 내가 선생님이 좋은 다섯 가지 이유
(뭐 정확히 생각은 안 나는데, 대충 예쁘고 사탕도 주시고 목소리도 크고... 뭐 그런 거였습니다)
넷째장 : 다시 삼행시(거의 우상화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엔 국어사전 찾아가면서 짓더군요)
김 : 김종서 장군처럼 용감하시고, 김유신 장군처럼 씩씩하시고, 김춘추 왕처럼 훌륭하시고...
미 : 미켈란젤로처럼 그림도 잘 그리시는 선생님
란 : 난생처음이에요, 선생님처럼 예쁘신 분은!
다섯번째 장 : 하트모양 쿠폰 4장을 색종이로 붙였습니다.
네 장의 내용은, 5분동안 말 한 마디도 안하기, 선생님이 해달라는 건 뭐든지 해드리기(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한해서), 선생님 안마해드리기, 선생님 심부름하기
꽃을 사가는 건, 좀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편지에 마음을 담아보라고 했더니, 아침에 지각까지 해가면서(제가 먼저 출근했기 때문에 이놈이 몇시에 갔는지 모릅니다) 만든 편지랍니다. 선생님께 드릴 쿠폰 중에 제일 자신 없는 건 5분 동안 말 안하기구요. ^^
기특해서, 꼬옥~ 안아줬습니다.
이에 반해서, 2학년짜리 딸내미는...
자기 반 아이들에게 색색의 색지를 미리 나누어주고 각각 삼행시나 동시, 편지 같은 걸 적어오게 했답니다(반장이냐구요? 아니요, 분단장이래요). 그래서 그걸 그냥 리본으로 묶어서 가볍게 끝내더만요. 제딸이 한 일은, 나눠주고 걷고, 자기것 한장 쓰고, 그리고 겉표지를 만든 게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선생님께서는 무지 감격스러우시겠다, 2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한 선물치고는 참 멋지다! 생각되더군요.
우리 아이들 학교는 내일, 스승의 날 쉽니다. 그냥 귀찮으니 스승의날 쉬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럼 스승의날이 없어지나요? 14일이 스승의 날이 되었지요.
작년엔 이사온지 얼마 안 되어서 다른 엄마들이 어떻게들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올해 보니, 선생님 댁으로 꽃바구니와 케잌을 들고 찾아가고... 난리가 아니더군요.
각종 감사기관에서는 몰래 감사를 다니고, 현장을 잡고, 뒤지고...
1학년이라면 모르겠지만, 2학년 이상이면 아이들끼리 충분히 준비해서 나름대로 멋진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 딸에게 한수 배웠지요.
그런데 왜 엄마들이 이렇게들 나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다구요? 안 어립니다. 엄마들 머릿속에서만 어립니다. 혹시 미처 생각 못하면 옆에서 약간 코치만 해주면 됩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스승의날 엄마들이 오시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스승의날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스승의날, 선생님은 난처하고, 학부모는 부담되는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