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 달 동안 가장 대출을 많이 한 친구들을 어떤 방법으로 고무시켜줄 것인가 고민했다. 작년엔 그냥 도서실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학년별로 세명씩 명단을 올렸다. 그런데 아이들이 별로 들어와보지도 않고, 들어오더라도 공지사항에는 별로 관심들이 없어서, 그 방법은 그저 그랬다.
그래서 올해 생각해낸 방법이 각반별로 대출왕에게 선물을 주는 방법. 진우맘님께 아이디어를 얻어 책갈피를 만들었다. 잘 만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난 준 컴맹 수준에다 프린터도 흑백 레이저 프린터라, 그냥 색지에 인쇄를 해서 하나하나 칼질을 했다. 그리고 4월 대출왕, 몇학년 몇반 누구 하는 식으로 일일이 이름을 인쇄해 붙여주었다.
선물은, 비싼 걸 못하니 그냥 폴로 하나씩. 아이들에게 자랑도 하고, 나눠먹기도 하라는 뜻이었다. 한 엄마가 폴로를 일일이 포장해주었다.
내가 35개 학급을 다 돌 수 없어서 각 학년 연구실에 갖다 두었다. 취지를 설명하고, 많이 칭찬해주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선생님의 열의에 따라, 어떤 반은 시큰둥 선물만 전해주는 정도라고 했고, 어떤 반은 오버해가시면서 칭찬하셨던 모양이다. 도서실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속속 정보가 들어온다.
5월 4일에 아이들은 이 선물을 받았고, 5일부터 9일까지 효경체험학습이라 하여 푹 쉬었다. 그리고 오늘.
내 기대대로라면, 아이들이 마구 몰려와서 대출에 엄청난 열의를 보여야 했다.
그런데 비탓일까? 여전하다. 대출 건수 200건이 조금 넘어간다. 물론 연체된 친구들이 좀 많아서 더 그렇겠지만, 어쨌든 특별히 더 많이 오진 않았다.
얄팍한 내 작전이, 전혀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게다가 몇몇 여학생이 몰려와서 항의했다. 얇은 만화책이나 그림책과 좀 어렵고 두꺼운 책을 똑같이 한 권으로 비교하는 건 부당하단다. 그래 부당하다. 그렇지만 너희는 더 좋은 책을 읽었으니 너희에게 그만큼 이익인 거라고, 다른 사람의 시각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얘기했지만, 스스로 궁색함을 느낀다. 다른 사람 시각을 의식하라고, 이런 작전을 시작했던 거 아니었나.)
이왕 시작한 거, 연말까지 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