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내 이름에 만족한다.

- 이름에는 별로 신경 써 본 일이 없다. 다만 성이 문제인데, 워낙 희성인지라(같은 성씨 중 출세한 혹은 사고친 사람이 없는지라) 사람들이 한번만에 못 알아들어 좀 피곤하다. 그래도 지방도시에 살 때는 그 지역에 몇 명 있어서 나았는데, 서울로 대학을 오니 학기초만 되면 출석을 부르며 몇 번씩이나 다시 부르고 얼굴 확인하고 심지어는 칠판에 나와 한문으로 써 보라는 무식한! 교수 때문에 좀 피곤했다. 3학년 때던가, 과 동기가 나가서 대신 써줬다.

2. 나는 공부하는 머리보단 잔머리쪽이다.

- 공부하는 머리하고는 워낙 멀어서 굳이 고르자면 잔머리일까... 사실 10대, 20대 때만 해도 잔머리의 귀재라고 불렸다. 주관식 수학 문제도 출제 교사의 심리를 분석해가며 찍어서 맞췄다는 전설도. 물론 그 잔머리라는 게 학력고사에선 통하지 않았다 ㅠ.ㅠ 30대 이후엔 굴려보려고 해도 안 된다.

3. 나는 요리를 잘한다.

- 참 잘 하고 싶다. 그런데 절대미각도 근성도 눈썰미도... 타고나지 못했다. 장모 솜씨보고 결혼하라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라고 남편은 얘기한다.

4. 때려 죽여도 외박은 못한다.

- 때려 죽여도 외박은 안 된다라면 모를까, 밖에서 자라고 때려 죽인다면 그냥 자야지... 사실 친정부모님 밑에서는 꿈도 못 꿔봤다. 술을 마시고도 완벽하게 냄새를 제거한 후 10시 안에 곱게 들어갔다. 결혼 후, 잠시 친정에 있을 때, 회사 사직 기념으로 직원들과 맥주 마시고 들어왔던 날, 친정아버지께 반 죽었다. 남편이 나중에 전해듣고 화냈다. 별일도 아니구만 내 마누라한테 왜 그러셨대?

5. 땡땡이 쳐 본 적이 있다.

- 있다? 많다! 심지어는 고등학교 때도 학교 가자마자 교실 건너뛰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몇교시 지난 다음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리출석이나 컨닝은 안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6. 잘생긴(이쁜) 남자(여자)보단 귀여운 남자(여자)가 좋다.

- 별로 신경을 안 써서 누가 잘 생겼는지 누가 귀여운지 잘 모르겠다. 원래 하드웨어 쪽에는 관심이 없다.

7. 조그만 거에 쉽게 감동 받는다.

- 원래는 감정이 참 무뎠다. 애들(남편이라는 남자 포함)하고 살다 보니, 이젠 좀 감동이 된다. 사실 감성을 갖기 위해 시집을 많이 읽었는데, 노력으로는 안 되었다. 그런데 부대끼고 살다 보니 된다.

8. 예쁘다는(잘생긴) 소리를 들어 본적이 있다.

-아이 때는! 자라서는?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나랑 참 친하다는 친구들이 그랬다. '네 속모습을 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네 신랑감 참 좋아.'(얘들이 지금 친구야 적이야?)

9. 나 자신도 예쁘다(잘생겼다)고 생각하는가?

- 원래 하드웨어에 관심이 없다.(하긴 그렇다고 소프트웨어가 예쁜 것도 아니다) 다만 비만이 심하니, 요즘 기준으로 봤을 때 예쁠 리가 없다.

10. 군것질을 많이 한다.

- 날 위해 군것질거리를 사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 군것질거리를 사면 이상하게 그게 꼭 내 입에 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11.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죽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

- 시늉까지는 할 수 있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들과 내 생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아마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그건 순전히 날 위해서이다.

12. 이별에 대담한 편이다.

- 아직까지 이별이라고 할 만한 일을 겪어보지 못 했다.(헉, 나이가 몇이여? 연애도 못해봤대?)

13. 친구들이 많다.

- 남들이 많을 거라고 하는데 사실은 별로 많지 않다. 알고 보면 외롭다.

14. 나는 착하다.

- 남들이 착할 거라고 착각한다. 남편도 착할 줄 알고 결혼했단다. 헉, 가면이다. 한때는 착한 여자는 곧 무능한 여자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좀 걱정이 되기는 한다. 천국 못 갈까 봐.

15. 나는 털털하다.

- 몹시. 심하다. 내가 털털한 건 30여 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견디는데, 아이가 날 꼭 닮은 건 못 참겠다.

16. 나는 뽀뽀를 해봤다.

- 주로 한다. 가끔은 받아보고도 싶다.

17. 그럼 키스는?

- 내가 동정녀 마리아겠는가? 애가 셋인데. 남편과 결혼하기로 한 날, 처음 했는데... 고깃집에서 나온 직후라 마늘냄새 나서 혼났다. 그래서 지금도 마늘냄새만 맡으면 가슴이 뛴다.

18.나는 자주 몸이 아프다.

- 심각한 비만인데 오죽하겠나. 그런데 병원 가기를 싫어하니 더 문제다.

19. 집에 박혀 있는 걸 좋아한다.

-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는 게 소원이다. 그런데 말이 씨 된다고 그런 말 하지 말랜다. 병원에 입원하는 길뿐이라고.

20. 결혼은 빨리하고 싶다.

- 결혼 전엔 안할 수 있으면 안 하고 싶었다. 스물 여섯에 순전히 효도 차원에서 결혼하기로 맘 먹었고, 그 후로 10년은 이렇게 좋은 걸 왜 일찍 못했나 후회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보니, 그냥 혼자 살았어도 나쁘지 않았겠다 싶을 때가 있다.

21. 신혼여행은 국내보단 국외가 좋다.

- 글쎄. 아무 데로나 가면 어떤가. 옆에 있는 사람이 문제지 ^^ 우린 차 몰고 그냥 바퀴 굴러가는 대로 갔는데, 괜찮았다.

22. 아기는 되도록이면 많이 낳을 것이다.

- 둘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셋이 되었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게다가 아이들에게도 오히려 미안하다. 집안일 해줄 사람 따로 있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다면 많아도 괜찮을 것 같다.

23. 데이트 장소는 조용한 곳보단. 시끌시끌한 곳이 좋다.

- 원래 시끄러운 장소는 별로 안 좋아한다. 심지어 데이트야...(쓰다 보니 이상하다. 학교다닐 때 학교 앞 주점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부르다 주의받은 적이 많았는데... 내가 변한 걸까?)

24. 미친듯이 넋이 나가 본 적이 있다.

- 최근, 노혜경의 '꽃보다 아름다워' 대본을 읽으면서(난 원래 드라마 잘 안 보고 대본을 읽는다) 미친 듯이 울었다. 그 사람, 소름 끼치도록 잘 쓴다.

25. 멀하겠다고 맘 먹으면 꼭 해내고 만다.

- 뭘 끝까지 해본 기억이 없다. 지금 남편과는, 가능하면 끝까지 살아보려고 한다.

26. 가만히 3시간만 움직이지 말라고 하느니 차라리 춤을 추겠다.

- 3시간 춤을 추라면 차라리 죽겠다? 손가락만 움직여도 된다면 두꺼운 책 한 권 들고 세시간쯤이야. 솔직히 3시간만 누가 나 내버려 둔다면 소원이 없겠다.

27. 나는 칠칠 맞다.

- 좀 심하다. 그런데 내가 이런다고 남편이 챙겨주면 더 귀찮고 싫다. 그래도 내 애만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28. 양다리를 걸쳐 본 적이 있다.

- 다리가 짧아서...^^ 능력이 안 된다.

29. 잠이 많은 편이다.

- 어차피 죽으면 푹 잘텐데 싶어서 좀 줄여보려고 하는데... 봄이라서인가? 좀 어렵다.

30. 이거 재밌다.

- 뭐... 이 정도면 재밌다. 그런데 다른 사람 걸 읽는 게 더 재밌다.


[초은님 블로그 http://igloo.cafe24.com 에서 보고 따라해 본 nrim님 서재에서 퍼온 진우맘님과 수니나라님, 마립간님 의 것을 퍼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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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4-2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과는 끝까지 살아보겠다는 호랑녀님... 저두....

진/우맘 2004-04-2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위해 군것질거리를 사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 군것질거리를 사면 이상하게 그게 꼭 내 입에 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두요.^^;

sooninara 2004-04-2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늘냄새^^ 역시 튄다니깐요..

호랑녀 2004-04-2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상 써두고는... 좀 부끄러워서 지울까 말까 했는데...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책울님, 살아보려 노력중인데, 좀 권태깁니다 ^^
진우맘님, 그렇다고 아이들것도 안 사면 쿠데타 일어나겠죠?
마늘냄새... 아직도 가슴이 뛰긴 하니, 심한 권태기는 아닐까요? 아님 그냥 본능적인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