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교에서 3월이 되자 책 읽는 행사들을 시작했습니다. 뭔 일인가 했더니 3월 2일이 닥터 수스(The Cat in the Hat 등의 작가)의 생일이랍니다. 우리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영어권 아이들은 열광하는 닥터 수스.

이 사람의 책은 가만 보니 영어로 무지 빨리 읽어야 그 맛이 나더군요. ^^;;

일단 아이들마다 reading log 라고 해서, 매일 집에서 책을 읽은 시간을 기록한 후 사인을 받아가야 합니다. 

어제는 1,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책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안내문이 왔습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오라니 아이 손 잡고 학교에 갔지요. 저녁시간이어서인지 대부분 아빠들도 함께 왔네요. 나는 늘 혼자인데, 남들이 보면 싱글맘이라고 하게 생겼습니다. 하긴 그뿐인가요? 아이는 Kim인데 엄마는 Mrs. Bom이니  가디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급식실에 모여서 교장선생님의 '간단한' 인사말을 들은 후에, 이 행사의 취지를 설명합니다. 아이와 함께 책 읽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냥 읽어주기만 하기보다는 사이사이에 질문을 함으로써 아이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설명이었습니다.

(흠... 믿거나 말거나... 영어로 진행되었으니 내가 잘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하심...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나도 날 못 믿습니다. ㅠㅠ)

그 다음 각각 다른 곳에서 세가지 워크샵이 진행되었는데, 처음 입장할 때 받았던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들으면 되더군요. 아마 한 곳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해서 순서를 정해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 간 곳에서는 지역의 자원봉사자 할아버지 할머니가 'Asking Questions' 라는 제목으로 간단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읽는 도중, 그리고 읽은 후에는 반드시 질문을 해야 한다. 단, 예스 나 노 로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다 읽은 후에 '그는 행복했을까요?' 따위의 질문을 던지는데 그러면 안 된다. ... 등등의 얘기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책을 읽기 전에는

- 이 이야기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일까? 왜 그렇게 생각했지?

- 이 이야기는 웃긴 이야기일까, 슬픈 이야기일까, 아니면 어떤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해? 왜?

책을 읽는 도중에는

- 이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애? 왜?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 어떤 부분이 제일 좋았어? 어떤 부분이 제일 별로였어? 이러이러한 장면 있었잖아. 그 장면 그림 한번 찾아볼래? 이 중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드니? 왜?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니? 너 이런 비슷한 책 읽어본 적 있어? 등등...

이런 설명을 한 후에는 실제로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읽는 도중에, 다 읽은 다음에 한두 가지씩 질문을 던졌는데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엔 각자 테이블에 있는 책을 직접 아이들에게 읽어주도록 현장실습을 바로 시키더군요. 저도 수영이와 함께 재미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두 번째 워크샵은 1학년 선생님들이 진행하더군요. 아이는 자기 담임선생님이 있으니 더욱 눈을 반짝이면서 듣습니다. 주제는 'Guess the Ending'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먼저 책을 읽어보면서 어느 부분에서 멈추고 질문을 할 지 미리 생각해 둡니다. 그 다음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지요.

읽어주다가 미리 생각해두었던 부분에서 멈춘 후,  끝이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아이에게 질문을 합니다. 아이가 대답을 한 후 책을 끝까지 읽어줍니다.

다 읽어준 후에, 아이가 생각해낸 마무리와 실제 마무리가 어떻게 다른지 서로 얘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또다른 마무리가 없을까 함께 생각해봅니다.

역시 설명 후에는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범을 보여줍니다. 정말 기발한 엔딩을 아이들이 많이 발표하더군요.

선생님의 시범 후에는 직접 테이블에 있는 책으로 제가 아이와 함께 해 보았습니다. 즐겁더군요.

마지막 수업은 도서관 사서교사(여기서는 미디어 스페셜리스트 라고 소개하더군요)의 워크샵이었습니다. 주제는 'Let's look at the pictures'

이번에 칼데콧상 수상작이 발표되었지요? 칼데콧상 수상작인 몇몇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그림책에서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간단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전에 먼저 그림을 자세히 봐 두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자세한 부분까지 잘 본다구요.

그림책을 읽어주기 전에 또는 다 읽은 후에는 꼭 그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기를 권했습니다. 특히 표지그림은 굉장히 중요하다구요. 왜 표지를 이것으로 했을지 아이들과 의견을 나눠보라고 하더군요.

- 너 이 그림책 그림 마음에 드니? 왜? 이 중에서 어느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드니? 이 그림은 물감으로 그렸을까, 파스텔로 그렸을까? 펜으로? 아니면 다른 걸로? 이런 그림이 그려져 있던 다른 그림책 생각나니?

등등의 대화를 권했습니다. 역시 시범을 보여주었고, 그 다음엔 각자 자기 앞의 테이블에 놓인 책으로 연습했습니다.

다 끝난 후에는 현관에 쿠키가 마련되어 있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수영이가 말하더군요.

엄마, 나 오늘 너무너무 기분 좋아. 엄마가 이렇게 책 재미있게 읽어준 거 처음이야. (헉...ㅠㅠ)

저도 무척 신선했습니다.

내용은 머릿속으로는 다 아는 것들이지만, 워크샵 형태로 진행되니 직접 실습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엄마들의 자원봉사 없이 끝까지 선생님들이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것도 무척 신선했구요, 워낙 땡큐를 즐겨쓰는 걔네들이지만, 이런 좋은 행사를 마련해놓고도 와 줘서 고맙다고 수도 없이 땡큐를 연발하는 그들을 보는 것도 무지 신선했습니다.

사서와 교사가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사실은 제일 부러웠습니다. 제가 사서교사를 할 때는, 제가 하고자 하는 행사는 늘 엄마들의 손을 빌려야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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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3-1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뭐예요....이곳 우리나라 아니죠? 대체 어디계신 거예요?????

울보 2007-03-10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곳이네요,

가을산 2007-04-0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기 있을 때 도서관 도우미 했었답니다.
우리 애들 학교는 엄마들이 많이 도왔어요. 책 정리, 책 대출과 반납 등등...
그때 우리 나라 교포가 쓴 'Single Shrine'인가? 하는 책이 유명한 상을 타서 기분이 좋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