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일기
빌리 푸흐너 글 그림, 조화영 옮김 / 심지북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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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할 수 있는 한 다 설명하고, 묘사할 수 있는 한 다 묘사하고, 자기의 느낌을 온전히 다 드러내려고 뇌세포 하나하나까지 다 쥐어짜내는 듯한 책이 있다. 그런 책은 그런 책 나름의 감동이 있겠지.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조금만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그 나머지의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공책 귀퉁이에 앞뒤없이 툭 던지듯 써놓은 말 한마디가 먼 훗날 숱한 추측과 추억을 불러 일으키듯이. 일기장에 이렇게 섬세한 그림과 글씨를 새겨넣는 사람은 아마 드물거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확실히 남의 일기장의 넘길 때의 묘한 흥분과 아기자기한 느낌이 난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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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동녘선서 70
김교빈.이현구 지음 / 동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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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방대한 중국철학 사조를 요령있게 소개한다. 철학자들의 생애와 역사적 배경, 관련된 일화를 적절히 끌어내어 설명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어려운 말을 풀어서 찬찬히 설명하기 때문에 쉽다. 책을 읽고나면 특히 관심이 가는 철학이 있을지 모른다. 내 경우엔 노자와 장자였고, 그래서 <도덕경>과 <장자>를 읽었는데 둘다 생각처럼 쉽게 읽히진 않았다. 그리고 그런 책들이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책도 아닐 것이다. 많은 관찰과 사색 끝에 거르고 거른 추상적인 언어(개중에는 구체적인 비유도 있고 그런 부분은 다소 쉽게 읽히지만)가 단번에 받아들여질리 없다.

공자왈 맹자왈하며 경전을 달달 외워야하는 처지도 아니고 그런 인식에 반드시 이르러야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가? 정말 그런가?'하고 곱씹어보며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는 일은 해볼만하다. <동양철학 에세이>는 동양철학에 대한, 혹은 철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나에게 중요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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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02-0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밋겠다. 김교빈. 이름을 종종 뵈었다. 열심히 공부하시면서 꾸준히 전해주시는 것 같아 고맙다. 오래된 동양철학을 현재의 지식으로 읽어내는 것 같아. 좋아.

슈뢰더 2007-02-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재미있어요
 
겨울방 - 3단계 문지아이들 10
게리 폴슨 지음, 박향주 옮김, 고광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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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한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농장의 사계절이 담겨있다. 이 농장의 풍경은 도시의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아름답거나 평화롭지만은 않다. 이를테면 '만물이 깨어나는' 봄은 '눅진'하고 악취가 진동을 하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계절이다. 얼어붙었던 만물이 녹으면서 거름냄새도 '깨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한 해의 고단한 노동이 시작된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은 어떤가? 소년은 가을을 가장 싫어한다. 가축들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피냄새가 진동하는 그 날, 농장사람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그리고 세상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눈이 오는 겨울밤에 식구들은 겨울방에 모여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허풍인지 분간할 수 없지만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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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1 사계절 1318 문고 21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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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우리에 기대 서서 별생각 없이 황소뿔을 잡아 보려 하면 황소가 살며시, 그러나 단호히 고개를 흔들어 뿔을 빼내듯이 태양은 그렇게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위력을 떨치며 세상에 나타났다.'

도서관 책장에서 책을 빼어들때만해도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책인줄 몰랐다. 1권의 중반을 읽을때만해도 함께 빌려온 2권을 다 읽고 당장 책 네권을 사게 될줄 몰랐다. 사실 난 토끼를 좋아하지 않는다. 제목에서 눈에 띤 것은 '토끼'가 아니라 '워터십다운'이라는 지명이었다. 지명이 SF를 연상하게 했다. 아마 '스타십 트루퍼스'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말 엉뚱하게도...

이 소설은 열한마리의 토끼들이 인간의 개발행위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처음 부분은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서서히 토끼들과 동화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는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모험의 마지막, 가장 큰 장애물이 OO이라니...) 주인공들의 성격과 특성도 분명해진다. 정말 그럴리는 없겠지만 있을 법한 사건들과 토끼라는 동물의 실제적인 습성이 잘 결합되어있다. 자연을 묘사하는 부분들이 아름답고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서술방식도 안정감과 힘이 있다.

토끼가 조금 좋아졌을까? 좋아진 건 아마 제 힘으로 삶을 일구어나가는 야생의 토끼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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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이해
스콧 매클루드 지음, 고재경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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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건 좋아하지않건 누구든 읽어볼만한 만화책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만화로 그려진 책을 통해 만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일은 실제론 드물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만화란 조잡한 그림과 시시껄렁한 이야기, 야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로 가득 찬 유치하고 현란한 잡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생각이 바뀔 것이다. 칸과 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상징적인 묘사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이치따위를 알아나가면서 만화란 단순히 글과 그림의 조합이 아닌 독자적인 표현매체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나온 원리를 생각하면서 무릎을 탁탁 쳐가며 만화를 읽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개의 독자에게 만화는 당연히 분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거나 읽지 않거나 앞으로도 계속 만화를 재미있게 볼 것이다. 하지만 왜 만화가 재미있는 건지, 아니면 어떤 만화에는 도무지 적응을 할 수 없는 건지 그 이유를 알게 되는 일은 즐겁다. 지은이의 유머 감각도 곳곳에서 톡톡 튀는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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