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이다. 여기 서재 들어온 게. 여기 서재고 저기 블로그고 그쪽 홈피고 간에 뭘 써보는 것이 참으로 오랫만이다. 새벽 1시가 되려면 2분 밖에 안 남았다.

읽어야 할 책을 오른쪽에 세워놓고 있다. 표지 그림속의 흑인 소녀가 조금 슬픈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린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다.

지난 번에 주문한 책들도, 심지어 만화책들도 아직 못 읽고 있는데 오늘 다시 주문을 하고 말았다. 얼른 주문하지 않으면 그 책들이 갑자기, 모조리 절판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꼭 읽어보고 싶은데 사다 놓지 않으면 미루고 미루다가 영영 기억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주문했나 보다.

잘 읽지 않는 책을 신발장 속에 차곡차곡 넣고 보니 책꽂이가 꽤 헐렁해졌다. 우리는 신발이 별로 없어서 신발장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신발 사 모으는 취미는 없다.

내가 모은 책들을 이번에 정리하면서 한 번 쭉 훓어보았는데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책, 꼭 다시 읽어보리라 생각하는 책은 그 중에 몇 권 되지 않았다.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이번에 주문한 책들은 예전부터 두고두고 읽어야지 생각했던 것들이다. 결코 광고나 이벤트에 혹해서 사는 것들이 아니란 말이다. 흑! 이 말은 즉, 지난 번엔 그렇게 혹해서 사고 말았다는 이야기. 그렇게 나쁜 책들은 아니지만, 어쩐지 지금의 나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지는 책들이다. 기초적인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향기로운 커피나 홀짝거리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그 때-주문할 때랑 책 받을 때랑 책을 받아서 처음 이틀 정도 밤마다 아기 재우고 엎드려서 읽을 때-는 기분이 좋았단 말이다.

이 충동구매자. 이벤트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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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05-26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해햏. 충동구매. 나도. 사람들이 지름신이 내린다고 하던데. 참 적절한 묘사란 생각이 든다. ^^
 

그렇지. 토요일에는 '올드미스다이어리 극장판'을 비디오로 보았다. TV에서 시트콤이 방송될 때는 그 뻐꾸기 소리가 무지 유치하다고 생각되어 보지 않았는데 거,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극장판도 그랬다. 하하, 하하 신나게 웃었더랬다. 예를 들어 버스 정류장에서 (어, 갑자기 이름 생각안나는) 주인공이 버스가 한대 한대 올 때마다 축지법 쓰듯이 지현우한테 이동하는 장면 같은 것, 귀엽고 웃긴다.

서승현 할머니가 표구방 할아버지 한테 사랑고백하는 장면은 어떻던가. 구구절절이 멋드러진 대사였다.

우리 아기는 당시 할머니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었는데, 영화에서 자기 은행이 털린 것을 뒤늦게야 깨달은 지점장이 "비상이야"하고 외치자, 깜짝 놀라 깨어나 "앙~"하고 울었다. 이래서 연소자 불관람 권장 영화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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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07-04-1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뻐꾸기 소리 정말이지 죽음인데, 이야기 속에서는 뒤집어져요~

슈뢰더 2007-05-26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느낌을 잘 모르겠어요. 안타까워라.
 

비가 왔다. 일요일밤에 나갔다가 무릎아래가 젖어 버렸다.

다음 날 새벽에는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덜컹덜컹. 샷시가 아닌 나무틀로 된 창문들을 마구 흔들었다.

이날은 아침이 늦게 찾아왔고 하루 종일 밝은 햇빛을 보기 힘들었다. 먼지 같은 눈발이 흩날렸다. 나갔다 들어와서 묻어온 냉기를 털어내기라도 하듯 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렇게 말했다. "참 차다." 그래, 춥기 보다는 찼다.

오늘은 두꺼운 커튼을 걷어내니 햇살이 와락 달려들어와 춤을 추었다. 눈이 부셨다. 한 걸음 물러섰던 봄이 성큼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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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친구를 만났다. 원래는 점심 약속이었는데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렸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시계가 땡땡땡 열두번을 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버리는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 돌아올때는 얼마나 열심히 걸었던지 입고 갔던 겉옷을 벗어들고도 땀이 났다.

친구는 도넛 가게에서 커피에 베이글을 곁들여 마시면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 책을 사주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공중그네'를 읽고 있다. 공중 그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든 생각은 '모든 그네는 공중에서 왔다갔다 하지 않는가? 왜 공중그네라고 했을까'였다. 공중그네는 서로 연결된 단편들 가운데 두 번째 이야기인데 그네로 공중곡예를 하는 고참 서커스 단원의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을 공중에서 받아주어야 하는 단원이 자꾸만 자신을 놓치고 다른 모든 단원들로부터도 소외를 당하는 것 같아서 괴로워한다.

책 뒷면에는 책을 읽다가 배꼽을 쥐고 웃어본 일이 얼마만인가, 라는 독자의 말을 인용한 광고문구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웃게 되지는 않았다. 지금 읽는 세번째 이야기,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강박에 시달리는 의사의 이야기는 확실히 웃기는 설정이긴 하다. 하지만 배를 잡고 웃지 않아도 좋다. 시간 날때 들춰보면서 부담없이 슬슬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읽다보니 서커스 구경을 하고 싶어졌다. 텔레비전에서 말고 서커스를 직접 본 기억은 없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서커스를 볼 수 있기는 할까? 어렸을 때는 동네 공터에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서커스단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가보질 못했다.

친구에게 '화성의 인류학자'를 선물하려고 찾았는데 보이지 않아서 서점의 직원에게 부탁했다. 그는 한참동안 내가 찾던 서가를 훓어보았다. 기다리다가 이제 그만 찾으시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찾을 수가 없어서 슬그머니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그때까지 창고라도 뒤지고 있었던 것일까? 지하실에서 양사나이에게 뇌수를 쪽쪽 빨아먹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 역시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하루키에 열광했다고 하면, 요즘 아이들은 오쿠다 히데오라고 한다.

하루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인천친구에게도 한 말이지만 내가 만난 세 명의 일본인들은 모두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루키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언제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키라는 떫은 감이라도 씹은 모양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회사원 아저씨는 예의바른 웃음을 띄며 "하하, 하루키는 어려워서 말이죠."라고 말끝을 흐렸으며 똑똑하고 영어를 잘하던 19살 주리는 '흠, 그런 작가가 있기는 하지'라는 반응이었다.

친구를 만나서 책이나 영화 이야기등을 하면 역시 재미있다. 그리고 친구가 준 책을 통해 실제 만난 시간보다 더 오래 친구를 만난다. 인천친구도 내가 준 책을 재밌게 읽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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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 나오는 리바이스 '다크 앤 슬림' 청바지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것이 only you라는 올드팝이다.

예전에도 다른 가수의 버전으로 커피 광고에 나왔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까 존 레넌도 불렀다.

누가 처음 부른 노래인지는 모르겠으나 첫 구절이 이렇다 

 Only you can make this world seem right

당신 때문에 이 세상이 제대로 된 것처럼 보인다는 말인데 결국은 이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뜻.

흠. 알고보니 꽤 풍자적이구나.

비치보이스의 'how deep is your love'에도

cause we're living in a world of fools breaks us down라는 구절이 있는데

바보들의 세상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또 그 세상의 온갖 추잡함을 덮어주기도 하는 사랑은

과연 대단한 것이다.

벗은 나무 가지에 새싹을 틔우는 것도

아기 염소가 매애하고 엄마를 찾게 하는 것도

멀리멀리 남쪽 나라에 놀러간 봄을 데려오는 것도

다 전부 다

사랑이겠거니.

오직 당신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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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02-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요. 뒤집어보니 그런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