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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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굉장해졌다. 작가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쓰다보니 굉장해졌다고. 따 당하는 두 친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인류의 완전 삭제냐 아니냐를 건 게임에 이르렀다.

'못'은 못 같다고 두들겨 맡고, '모아이'는 또 모아이 같다고 해서 두들겨 맞는다. 사실 이유가 없다. 맞아야 하니까 맞는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생각하지만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그들의 상습적인 맞음에도 익숙해져 간다. '상습적으로' 읽어나가다 보니.

필사적으로, 맞는 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때린 자, 때리는 것을 방조하는 자는 어쩌면 뉘우칠 수도 있고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맞은 자는 과연 옳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정말 상처란 잘 아물지 않는다.

그럼 세상은 때리는 자와 맞는 자와 그 외 방관자로만 남는 것일까. 아아아아, 그래서는 안 되겠다. 아무리 현실이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되겠다. 그렇다면 정말 시스템을 다 밀어버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잖은가. 그래도 죄다 밀어버릴 수는 없잖은가.

정말 작가의 조언대로 동네 탁구장부터 알아볼 일이다. 그러면 아주 조금 좋아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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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옛사랑 2 - The Story Of Musicians (CD+VCD)
Various Artists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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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도 그렇고 이 옛사랑2도 그렇고 정말 많이 좋아했고 많이 불렀던 노래다. 이 음반을 산 까닭은 그 음악들을 다시 듣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다시 불러보기 위함이다. 그냥 가만히 듣게 되지 않는다. 틀어놓으면 언제나 내 목소리가 따라간다. 이 노래들을 이문세가 불렀을 때 어렸던 나는 레코드판이나 테이프를 살 돈은 없었다. 옆집에 사는 언니 오빠가 공테이프에 복사를 해주면 닳도록 들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떨렸던가. 이 음반을 들으면서 떠올랐다. 화창한 오후. 작은 방 벽에 기대어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이 이끄는 세계로 하염없이 따라가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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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11-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 대충 맛이 간 채로 살고 있다. 내년 봄엔 돌아가지 싶은데. 가면 네가 부르는 문세님표 노래를 들을 수 있으려나? 건강하고!

슈뢰더 2007-11-1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야옹이형님-수면부족으로 멍한 뢰더랍니다. 어서 자야겠어요. 올겨울 무사히 넘기시고요. 꽃피는 봄에 만나요.

야옹이형 2007-11-23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면이로구나. 우선 잘 먹어는 놨겠지? 봄에 눈비비고 일어나 보자구.

2007-12-2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2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옹이형 2008-01-13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뢰더야, 답글 참말 고마워. 그렇게 하는 것이로구나. 지금은 내가 머리에 불이나게 논문을 마감해볼려고 애를 쓰고 있단다. 그것이 끝나는 대로 알아봐야겠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침착한 호흡의 너의 글을 보니 내 숨이 얼마나 턱에 차서 파닥대고 있는지 알겠다. 언제 숨좀 고르고 다시 연락하께. 새해 복 많이 받고~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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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관심이 없어 아는 것도 없다. 그런데 소설 말미 임금이 출성을 결심할 무렵 스스로 희생제물이 되겠다고 나서는 윤집과 오달제라는 이름만큼은 오랜 친구 이름만큼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최명길도 김상헌도 모르고, 심지어 그 때 왕이 인조인지도 몰랐던 내가 그 두 이름을 잘 기억하는 까닭은 이 치욕의 역사에서도 지푸라기 같은 자존심 하나 건져 보려는 지배자들의 노력이 면면히,몇 백년이 되도록 이어져 온 까닭일까.

전쟁의 모습은 참혹했다. 도성의 부녀자들을 잡아 강을 건너던 청의 군대는 엄마 등에 업혀 있던 아이들을 떼어내어 언 강에 처박았다. 몸이 성치 않은 포로들도 발에 채여 산 채로 얼음물에 빠졌다. 남한산성 내 부상병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량이 모자라는 까닭에 그들은 성 내 사찰에 방치되어 굶어 죽고 얼어 죽었다.

조선의 왕은 치욕스럽게 항복한다. 청의 지배자 칸에게 절을 세 번한다. 그 때마다 풍악이 울리고 조선의 기녀들이 춤을 춘다. 칸이 술 석잔을 권한다. 한 잔에 세 번 절을 하고 받는다. 그의 자식들은 새로운 대장의 나라에 끌려 간다.

그런 일이 일어났더란다. 기록과 남한산성의 돌이 그 증거란다. 결국 당할 치욕이었더라면 참혹함을 겪지 않는 쪽을 택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도 소용없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두들겨 패는 일방적인 전쟁(말 그대로 병자 년의 난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테지)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무참히 죽었다. 소수는 역사책에 그 이름이 기록되었고 다수는 이름 없이 사라졌다. 하긴 이름이 기록된다한들 죽은 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름의 기록은 남은 자들을 위한 것이었으니.

나중에 남한산성이나 강화도에 가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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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14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어제 새벽. 더워서 잠이 깼다. 다른 방으로 갔다. 마찬가지로 더웠다. 이불도 없었다. 괴로워하다가 세수를 했다. 그리고 원래 자던 곳으로 돌아왔다. 조금 나아졌다.

동틀무렵엔 바람이 꽤 불어왔다. 마치 이제 떠오르려고 하는 태양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기라도 하는 듯, 그 태양이 보내주기라도 하는 듯 동쪽에서 가슴 후련하게 불어주었다. 아 이제는 정말 시원해서 편히 자겠는데 날이 밝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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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6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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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6가 나왔다길래 주문해놓고 5랑 4도 읽었다. 정말 여름용 독서가 아닌가 싶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과 그 햇볕이 만들어 놓는 선명한 명암. 바싹 마른 슬리퍼 따위. 에어컨, 물웅덩이, 아이스크림이 많이 많이 등장하는. 요츠바랑6에서는 우유다. 저지 밀크란다. 우유병에 들었고 하나에 삼백몇엔인가 한다는. 그 우유를 먹지 못한 후카를 위해 요츠바가 배달에 나선다. 우유를 배달하니까 면허 없이도 어른 없이도 자전거를 혼자 운전해갈 수 있다는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와 훌륭한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요츠바. 아,요츠바가 있어서 이 여름이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주말 연속극에 나왔더라면 상당히 꿀꿀한 설정이다. 젊은 남자가 일정한 직장도 없이 외국인 여자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고 있다, 라는. 이런 이웃이 있다면 분명 수많은 소문과 억측이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요츠바의 세계에서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냉장고의 먹을 것은 아주 맛있는 것과 그럭저럭인 것으로 나누어지고, 거리의 사람 아무나 붙잡고 붕어빵을 먹었는지 (당연히) 물어볼 수 있으며, 밥밥밥밥밥밥빵인 자기네 보다 빵빵빵빵빵밥인 옆집 아침 식단이 부러운 그런 세계다. 요츠바를 보면서 내 기억 속의 어린 나와 가까워진다. 아, 그 땐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맛있는 것을 먹으면 얼마나 행복해졌고, 어른의 꾸짖음은 얼마나 무서웠는지, 때로는 어디까지 외로워질 수 있었는지. 키가 커진 나는 그만큼 한 눈에 더 넓은 면적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덜 자세히 보게 되었음에 틀림없다. 내 앞에 있는 현재라는 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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