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우울할까 - 멜랑콜리로 읽는 우울증 심리학
대리언 리더 지음, 우달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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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이란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일까? 작가는 프로이트의 저서에서 '애도'와 '멜랑코리아'에 대한 언급이 매우 적다는 것을 제시하면서 우울의 영역에 대하여 논하고자 하고 있다. 책은 머릿말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실례를 들고 있다. 우울증 처방약이 포일로 하나하나 감싸져 있다는 것에 환자는 더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우울증 환자가 자살을 생각하며 한꺼번에 약을 모두 복용해 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과 복용자가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 방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우울증 환자는 그 사실을 오히려 거꾸로 활용하려 했다. 약들이 하나하나 격리되어 있는 점이 너무 안타까워 포일을 다 벗겨내고 한꺼번에 약을 복용하려 했다고. 그 이유는?

 

"그래야 알약들이 그렇게 외롭지 않고 폐쇄 공포도 느끼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는 수 많은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장면을 봐왔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너무나 일반적인 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인사들을 시작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한다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 일반적인 것으로 정착하려 하고 있다.

 

작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울증 증세 환자에게 처방해 주는 이 항우울제. 너무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에 본 영화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에서도 여자 주인공 마르잔이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와중에 의사는 노트에 그저 낙서나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곤 대충 마르잔의 설명이 끝나자 병명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당신은 임상 우울증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약을 처방해 드릴께요."

 

이 장면은 정신과 의사들이 얼마나 항우울제를 남용하고 있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듣지도 않고, 한 귀로 흘려듣고 난 뒤 기계적으로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현실을. 마르잔은 이 약을 처방 받고서 바로 얼굴이 폭삭 늙어보이고 수척해지며 공중을 부양하듯 산다. 약이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애도와 멜랑코리아에 대한 프로이트와 라캉의 견해와 작가의 견해가 더불어져서 이 <우리는 왜 우울할까>라는 책이 완성이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보다 책의 내용은 매우 심오했고, 전문적이었다. 라캉의 <에크리>를 통해서 그의 정신분석론을 공부했던 적이 있던 나에게도 매우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속이 꽉 찬 열매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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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1-12-2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요시오의 하늘 1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다큐멘터리 만화 요시오의 하늘 1
air dive 지음, 이지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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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브레인>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요즘. 뇌를 주제로 한 일본 만화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일본 아마존 코믹부문에 1위를 했고, 오늘 강남 교보문고를 갔었는데, 거기에도 1,2,3권이 테이블에 쭉 나열되어 있었습니다다. 만화책을 볼 때엔 책 표지에서 주로 작가의 이름을 보게되기 마련인데, 이 만화는 특이하네요. 개인의 이름이 없고, air dive라는 유한회사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뭐지? 여러사람이 공동으로 만드는 만화인가 생각했는데, 책 말미에 있는 창간 기념 특별 대담을 읽고서야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바로 타카하시 요시오 선생님에게 아이를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만화가 타나카 히로아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고, 무덤덤하게 "감기입니다"라는 식으로 아이의 병에 대해서 얘기해 주는 모습이 오히려 더 믿음직 스러운 사람 요시오. 그는 소아 뇌전문의로서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만화는 한 연인이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가지며,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데까지 매우 행복하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병원에 데려가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이 바로 타카하시 요시오의 병원이 있는 삿포로에 가게 되어 드디어 요시오 선생님을 만납니다.

 

이 장면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작가도 이 부분에 매우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요시오 선생님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첫 장면이고, 그의 진찰실 풍경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책 날개 부분에 있는 타카하시 의사의 사진을 보면 벽면에 수많은 사진과 글들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풍경을 작가는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죠. 실제로 작가가 아이를 위한 애닳픈 마음에 찾아간 곳의 첫 느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으로 많은 얘기를 듣기 보다는 사진들과 아이들의 편지를 통해서 수 많은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한번에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타카하시 집안으로 갑니다. 요시오가 세상에 태어나려고 하는 시점까지 올라가고, 요시오가 태어나 자라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곤충채집을 좋아하는 요시오라는 어린이는 아직 의사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시절에 있습니다. 2권도 이런 식으로 다카하시의 현재 모습과 과거 모습의 병치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는 점점 두 지점이 만나게 되겠지요?

 

이런 성장식 방법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를 떠올려보거나, 예전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서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요시오의 하늘에서는 형제나 자매가 많은 곳에서 자라난 독자이거나, 자신의 가족 중에 병력이 있다거나, 아이를 가진 부모인 독자들 등 모두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이가 생기길 기다리는 입장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을때, 새 생명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나에게 온다는 것에 대해서 쓴 부분이 매우 크게 다가왔습니다. 수 많은 배가 있지만 내가 탈 배는 고를 수 있다고. 골라서 부모님을 만나러 온 것이라는 부분.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 힘들더군요. 인연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저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요시오의 하늘>이 어떻게 전개될 지 같이 지켜보는 독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만화책에 비해서 책값이 매우 높게 책정이 되었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통해서 요시오의 하늘을 만나게 된 것이 기쁩니다.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친구에게 선물로 받는 경우를 다 포함해서라도 요시오의 하늘이 완간될 때까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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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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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베스트 셀러를 달리고 있는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아르헨티나 작가 로엠메르스가 쓴 어린왕자 이야기는 10대가 되어서 돌아온 어린왕자 얘기를 해주고 있다. 영어로 된 제목을 보면 <The Return of the Young Prince>인데,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친숙한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이제는 Little이 아닌 Young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만큼 더욱 성장한 어린왕자가 지구에 다시 찾아와서 3일간 작가와 함께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책의 원본 이미지를 가져와봤다. 책에 보면 원본을 출판한 출판사 도메인과 책을 디자인한 회사의 도메인이 실려있기에, 책을 다 읽고 난 뒤 그 홈페이지들을 방문해 봤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메인 화면에 이 책이 소개되어 있었다. 브라질에서 계속 베스트 셀러 자리에 올라 있다는 설명과 함께, 이 책을 소개하고 있었고, 세계 각국에서 어떤 출판사에서 출판이 되어 있는지도 나오며, 나머지 6개국의 표지 그림도 함께 올라와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넥서스라는 회사에서 출판하고 있고, 그리고 원본 이미지와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우리 시대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를 돕기 위해 이 새로운 세기에 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작가가 원래 시인으로 유명한 사람이라 그런지 문체가 매우 시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번역에서 어느정도 다른 느낌이 올 수도 있겠지만, 노래하듯이 유려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는 누구나 다 읽었을 것이다. 나 역시 한번 이상은 읽었던 것 같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금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어린왕자의 그림을 생떽쥐베리 자신이 직접 그렸다는 것, 그리고 그림이 먼저이고 글이 나중이라는 사실이다. 참 멋진 솜씨아닌가?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그 그림이 모두 작가 자신이 그렸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르헨티나의 남부지방, 파타고니아에서 둘은 만나게 된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나의 시선에 어린왕자가 들어왔고, 나는 이 어린왕자를 두고 갈 수 없어 나의 여정에 포함시킨다. 둘은 '고속도로'라고 하는 회색 줄무늬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3일간 기나긴 이야기를 해 나간다. 문제라는 것은 열쇠를 잃어버린 문과 같다는 말이 참 알맞은 비유같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낀점인데, 우리가 아는 어린왕자의 원본은 '어린왕자의 입' 즉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음을 우리가 얻는 것이라면, 이 책은 반대로 '아저씨의 입'을 통해서 알게되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주인공도 어린왕자의 물음을 통해서 결국은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함으로 인해서 같은 여정에 다다르게 된다.

 

"아니. 가시 따위로는 사실 꽃을 보호할 수 없단다. 그게 바로 꽃들의 문제야." (p.68)

 

이 문장이 매우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슬픈부분이었다. 아름답지만 나약한 존재인 꽃이라는 것에 달려있는 가시는 꽃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가시가 있어도 그 꽃을 꺾을 수 있는 인간은 무자비하게 그 꽃을 꺾고, 가시들을 모조리 제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꽃집에서 장미꽃을 사고 포장을 부탁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 꽃다발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장미꽃에 달려있는 작은 가시들을 얼마나 쉽게 제거하고 있는지말이다. 마치 이깟 가시따위는 아무런 위협을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듯이 말이다. 꽃은 가시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그렇기에 왠지 슬픈 느낌이 든 것일지도 모른다.

 

어린왕자가 지구별에 다시 찾아온 이유가 중간부분에 나온다. 생떽쥐베리를 지칭하는 듯한 사람에게서 어린왕자는 배반을 당했기 때문에 이를 물어보려고 온 것이다. 자신에게 양이 담긴 상자를 그려주었지만, 사실 그 상자에는 양이 들어있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진짜 양은 크기가 매우 커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20센티 안팎의 상자 안에는 절대로 양이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실망한 어린왕자. 하지만 돌아온 지구에는 자기에게 말 걸어줄 이가 더이상 없었다. 그런데 이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질문과 대답을 하는 여정에 큰 사건이 생긴다. 그의 차에 하얀 강아지가 치인 것이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차를 먼저 살피고, 화를 내며 다가오는 개 주인같은 사람에게는 보상금부터 주려는 듯 지갑을 꺼내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 장면에서 나는 매우 실망했다. 좋은 이야기, 좋은 말만 해주던 그는 결국 입만 살았던 사람인것인가? 개를 치어서 죽이고도 그 생명에는 관심이 없는 그저그런 어른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작가는 왜 주인공을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었는가. 그게 너무 궁금했다.

이 사건을 통해 둘에게는 '날개'라는 강아지가 새로 생겼다. 그리고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어린왕자의 복장의 변화였다! 어린왕자의 트레이드 마크인 옷을 벗고 야구모자와 청바지, 운동화를 신은 어린왕자는 더이상 나의 '어린왕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 나조차 겉모습, 외양에만 치중했다는 이야기인가?

 

책에는 정말 귀감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아이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데에 공을 들이는 부모가 되고자 마음먹게 한 구절도 있고, 소유하려 하기때문에 나의 본질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웃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남의 험담을 하기 전에 나를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는 정말 소중한 진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행복의 본질인 '사랑'에 관해 논하고 결국은 '죽음'에 대한 대화까지 이어지는 이 소설은 하나의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어서 작가의 책을 쓴 의도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온 어린 왕자와 주인공이 헤어지는 방식은 비록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린왕자를 추억하는 작가의 방식만은 마음에 들었다. 어린왕자여! 그대는 또 다른 50여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한 번 지구를 찾아와주겠는가? 그 때에 그대는 20대가 된 모습일까? 아니면 여전히 어린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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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낸시 휴스턴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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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첫 머리부터 풍기는 인상은 여섯살 천재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인가? 였다.
하지만 나의 이 생각도 책 48페이지부터 조금씩 틀렸다는 것이 서서히 증명된다.



 <여섯 살>이라는 책은 4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단순히 4대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하나의 주제가 관통하고 있는 큰 수맥이 있다. 우선 각 챕터의 주인공들은 혈연관계에 있다. 모두 그의 자식이거나 손자거나 딸이거나 아들이거나. 모든 시점에서 주인공들은 여섯 살이다.

 여섯 살. 지금 내 큰 조카가 한국 나이로 여섯 살이다. 지금 이 책에서 말하는 여섯 살은 우리가 예전부터 흔히 말해왔던 '미운 일곱살'에 해당할 것이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나이로 설정되어 있으니말이다. 한창 세상 물정 모른다고 치부해 버리기엔 부모 모르는 곳에서 세상을 터득한 솔. 그가 가진 성에 대한 욕망과 하나님에 대한 깊은 믿음은 그가 자신이 천재이며, 하느님이라는 존재와 같다고 생각하는 우월감에 빠지게 해 준다.



 여섯 살이 대체 뭘 알까? 나도 분명 여섯 살이라는 나이를 지나온 사람이지만 그 당시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 보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다섯 살때에 '나는 다섯살이다. 나는 다섯살에 이사를 온 집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사온 이 집은 내가 다섯살때 온 집이다.'라고 스스로 기억해 둔 것은 아직도 확실히 생각난다.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그것이 여섯 살에 일어난 일인지 초등학생이 되고서 일어난 일인지 제대로 기억을 잘 못하는 것들 투성이다.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섯 살의 설정으로 시점이 통일 되어 있다. 여섯 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는 그 윗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수록 암울해지고 어두운 과거, 그리고 나치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이 나오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인구수가 줄어든 독일의 무성의한 정책에 희생된 16만명의 어린이 중 하나인 크리스티나. 그녀가 겪었던 좋았던 추억, 두려운 순간들이 여섯 살의 눈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딸이 가진 불안한 감정도 여섯 살의 감정으로 나타나며, 솔의 아버지인 랜돌 역시 여섯 살때 아버지가 해주는 식사를 먹고 자라는 아이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네 명에게 공통적으로 나오는 상징이 있다. 바로 반점이다. 제각각 다른 신체 부위에 있고 그것이 행운의 상징이 되기도 불길한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서로가 다들 유명해지거나 성공하는 케이스로 자라나게 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4세대에 걸쳐 모두가 성공하고 유명해지기는 힘든일이지 않은가.



 독특한 구성에 서로가 얽히고 설키는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며 읽은 소설 <여섯 살>은 내용의 흡입력이 꽤 높은 소설이었다. 글을 쓴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걸 느꼈던 것은 앉은 자리에서 책을 펴고 그냥 정신없이 책을 나도 모르게 읽어 나갔던 것에서 나타났다. 조금도 지루한 부분이 없었으며, 내가 지금 여섯 살짜리 꼬마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동등한 시선에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작가의 설정은 성공했다고 보고싶다.



 나치의 잔인함과 비인간적인 면을 폭로하는 영화나 소설은 정말 많다. 이것도 그 중의 하나인데, 그 많은 것들을 접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전혀 지겹지 않다는 점이다. 통렬하고, 점점 더 나치의 잔혹함을 알아가게 되고,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그들의 삶을 알게 되었다. 전쟁이 가져오는 참혹함과 그 영향력은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2011년에도 있다 지구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내전과 교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있다. 미국이 그토록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려고 목매었던 것 처럼 말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탐욕스럽고, 어린이들도 성선설이 아닌 성악설로 보는 것이 마땅한 세상이다. 그런 시니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 <여섯 살>은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추천해 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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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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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착각을 벗어났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우 극명한 변화도 다른 요소에 집중하고 있으면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다. 이 책에선 이렇게 우리가 흔히 일으키는 6개의 착각에 대하여 말해주고 있다. 모든 착각들에 대하여 자세한 케이스를 든 설명과 일상생활에서 어떤 식으로 느끼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면서 독자들이 심리학면에서 바라본 착각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가이드 해 주고 있다.

 각 착각마다 나오는 여러 케이스 중, 주의력 착각에서는 '운행중 핸드폰 사용'에 대한 것이 나온다. 바로 핸즈프리를 쓰면 좀 더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양손을 사용하면 더욱 안전한 주행을 할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감이 주의력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전화통화를 한 적이 매우 많은데, 대부분은 그냥 운전을 하면서도 전화통화 하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갑작스런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염려는 애초부터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오히려 운전을 위해 전화를 중단하는 것이 아마추어들이 하는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게 이 주의력 착각에 대하여 설명을 하더라도 실 생활에서는 잘 지켜지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그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말이다.

 내가 대체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한 사물이나 장소의 세세한 부분을 보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착각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부분은 기억력 착각 혹은 자신감 착각쪽일 듯한데, 그래도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이 정확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감 착각인 듯하다. 기억력 착각은 실제로도 우리가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분명히 경험했고 목격했다고 본 것이 실제로는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하지 못하는 경험은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책은 이러한 착각들에 대하여 여러가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뢰감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케이스는 원인 착각편에서 나오는 '백신 가설'이었다. 기독교 신자 중에는 자폐증의 원인이 소아기에 맞는 백신 접종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상식안에서는 절대 이해가 안되는 점이었다.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고 배움이 많다는 사람들까지 이런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원인 착각에 빠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면서 예전에 국내에서 종교상의 이유로 병 치료를 위한 수술을 받지 못해 결국엔 사망한 어린이가 떠올랐다. 그 당시 한창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었는데 이 사례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케이스와 다른 것은 국내 사건은 한 개인의 극히 드문 경우였지만, 미국의 케이스에선 매우 광범위한 사람들이 겪은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려주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읽었던 책 '위키리크스'와도 관련되는 잠재력 착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언론이 만들어낸 파급효과에선 언론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왜곡된 시선과 정의를 외면하는 언론사들의 행패도 생각이났다.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더 많은 다수를 위하여 진실을 숨기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일본에서 발생한 원전 폭발과 누출 사태도 그 일환이라고 본다. 크나큰 진실은 온 국민과 전 세계를 단숨에 패닉상태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 늦장 대응을 한 것처럼말이다.

 언제나 모든 상황에서 모든 곳에 주의를 집중한다는 것은 집중 에너지의 낭비일 것이다. 언제나 우리는 매 순간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적어도 이 책을 읽고서 6가지 착각에 대한 이해를 하고 주의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착각에 빠지는 실수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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