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낸시 휴스턴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첫 머리부터 풍기는 인상은 여섯살 천재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인가? 였다.
하지만 나의 이 생각도 책 48페이지부터 조금씩 틀렸다는 것이 서서히 증명된다.



 <여섯 살>이라는 책은 4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단순히 4대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하나의 주제가 관통하고 있는 큰 수맥이 있다. 우선 각 챕터의 주인공들은 혈연관계에 있다. 모두 그의 자식이거나 손자거나 딸이거나 아들이거나. 모든 시점에서 주인공들은 여섯 살이다.

 여섯 살. 지금 내 큰 조카가 한국 나이로 여섯 살이다. 지금 이 책에서 말하는 여섯 살은 우리가 예전부터 흔히 말해왔던 '미운 일곱살'에 해당할 것이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나이로 설정되어 있으니말이다. 한창 세상 물정 모른다고 치부해 버리기엔 부모 모르는 곳에서 세상을 터득한 솔. 그가 가진 성에 대한 욕망과 하나님에 대한 깊은 믿음은 그가 자신이 천재이며, 하느님이라는 존재와 같다고 생각하는 우월감에 빠지게 해 준다.



 여섯 살이 대체 뭘 알까? 나도 분명 여섯 살이라는 나이를 지나온 사람이지만 그 당시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 보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다섯 살때에 '나는 다섯살이다. 나는 다섯살에 이사를 온 집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사온 이 집은 내가 다섯살때 온 집이다.'라고 스스로 기억해 둔 것은 아직도 확실히 생각난다.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그것이 여섯 살에 일어난 일인지 초등학생이 되고서 일어난 일인지 제대로 기억을 잘 못하는 것들 투성이다.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섯 살의 설정으로 시점이 통일 되어 있다. 여섯 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는 그 윗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수록 암울해지고 어두운 과거, 그리고 나치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이 나오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인구수가 줄어든 독일의 무성의한 정책에 희생된 16만명의 어린이 중 하나인 크리스티나. 그녀가 겪었던 좋았던 추억, 두려운 순간들이 여섯 살의 눈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딸이 가진 불안한 감정도 여섯 살의 감정으로 나타나며, 솔의 아버지인 랜돌 역시 여섯 살때 아버지가 해주는 식사를 먹고 자라는 아이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네 명에게 공통적으로 나오는 상징이 있다. 바로 반점이다. 제각각 다른 신체 부위에 있고 그것이 행운의 상징이 되기도 불길한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서로가 다들 유명해지거나 성공하는 케이스로 자라나게 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4세대에 걸쳐 모두가 성공하고 유명해지기는 힘든일이지 않은가.



 독특한 구성에 서로가 얽히고 설키는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며 읽은 소설 <여섯 살>은 내용의 흡입력이 꽤 높은 소설이었다. 글을 쓴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걸 느꼈던 것은 앉은 자리에서 책을 펴고 그냥 정신없이 책을 나도 모르게 읽어 나갔던 것에서 나타났다. 조금도 지루한 부분이 없었으며, 내가 지금 여섯 살짜리 꼬마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동등한 시선에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작가의 설정은 성공했다고 보고싶다.



 나치의 잔인함과 비인간적인 면을 폭로하는 영화나 소설은 정말 많다. 이것도 그 중의 하나인데, 그 많은 것들을 접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전혀 지겹지 않다는 점이다. 통렬하고, 점점 더 나치의 잔혹함을 알아가게 되고,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그들의 삶을 알게 되었다. 전쟁이 가져오는 참혹함과 그 영향력은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2011년에도 있다 지구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내전과 교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있다. 미국이 그토록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려고 목매었던 것 처럼 말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탐욕스럽고, 어린이들도 성선설이 아닌 성악설로 보는 것이 마땅한 세상이다. 그런 시니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 <여섯 살>은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추천해 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