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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섹스 - 생명은 어떻게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가?
도리언 세이건 & 타일러 볼크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욕망을 갈구하는 존재이다. 죽음이라는 것 또한 인간이 갈구하는 욕망중에 하나이다. 우리는 자의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를 수 없이 보았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죽음과 비슷한 느낌을 오르가즘이라는 것에서 찾기도 한다. 혼절과 환희라는 말은 왠지 죽음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중 도리언 세이건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나는 왠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생각났다. 영원한 젊음을 얻은 대신에 자신의 초상화가 대신 추악하게 늙어가는 도리언 그레이. 도리언 세이건은 여기에서 섹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오히려 죽음에 대해 이야기 했더라면 왠지 더 그럴듯 했을거라고 생각해 봤다.
책의 큰 명제는 "생명은 어떻게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가?"이다. 지금까지 숱하게 들어봤음직한 질문이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점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지금은 다르다. 내 뱃속에서 새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에 생명의 탄생이라는 것에 대해서 왠지 심오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주의 탄생부터 얘기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끝은 모두 죽음이라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있다. 왜 생명은 끝나야 하는것인가? 우리 몸의 작은 세포들과 조직들은 우리가 태어난 그 시점부터 이미 죽어가고 있다. 죽은 세포가 사라지면 그 자리에 새로운 세포가 자리를 잡기도 하고, 아니면 죽은 상태로 영원히 우리 몸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죽음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나의 몸뚱아리가, 하나의 생명이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얘기하는 화두는 섹스. 인간은 섹스를 왜 할까? 번식을 위해서다. 라고 말하기엔 그 횟수가 너무 많다. 그렇지 않은가? 번식을 위해서 하는 섹스라면 그 횟수마다 번식이 바로바로 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섹스 횟수와 번식 횟수가 바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쾌감을 위해서 하는 행위라는 것이 더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왠지 우리는 섹스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를 금기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도 바로 섹스라는 행위로 인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는가?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인 침팬지. 그 중에서도 보노보라는 침팬지가 있다. 얼마전 읽은 책 중에 <보노보의 집>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 보노보가 무엇인지 검색을 해 본적이 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유인원이며 섹스를 쾌락을 위해서 하고 있는 동물이라고 했다. 하루중 어느때라도 하고, 성행위를 매우 즐기는 동물이라고. 왠지 이런 사실을 알고서 이 보노보라는 생물이 조금은 두려워지기까지 했는데, 이것이 가장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쾌락을 추구하는 성행위. 우리는 그 모습을 숨기지만 보노보들은 드러낸다. 숨겨야 하는 이유 자체를 모르는 것이다. 아니 그 이유 자체가 없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섹스에 대해서도 죽음에 대해서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쿨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인것도 아니다. 담담하게, 하지만 학문적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할 수 있기 위해서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는 책이다. 왠지 책의 제목에서 풍겨나오는 이미지때문에 선뜻 남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책 목록에 올리긴 힘들지만, 그래도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기는 하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이런 것을 숨기거나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함께 얘기해 봐야할 것이라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