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와 엠마 - 다윈의 러브 스토리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그리고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인물에 대해서 쓰기란 엄청난 자료를 요구한다는 것을 이 책이 또 한번 증명해 보였다. 찰스 다윈이라는, 과학시간에 한 번 이상 들어봤던 그 이름의 인물을 이 책에선 재조명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의 사랑과 가족이라는 측면에서말이다. 다윈이 엠마를 통해서 세상을 다시 알게 되고, 사랑하는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겨서 그 아이들이 점점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는 다윈의 세세한 기록들이 이 책을 세상에 나오게 했던 것이다. 이런 수 많은 자료들을 모아서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나가는 과정이 정말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객관적인 자료들, 즉 사진이나 편지들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들의 스토리. 정말 큰 맥락 속의 세세한 이야기는 작가 데보라 하일리그먼이 지어낸 것이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신빙성을 주고 있었다.

 

소설 첫 부분에 등장하고 있는 찰스의 노트에는 결혼해야 할 이유과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있었다. 대부분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더 많았고, 더 조리있었지만, 그래도 결혼하면 좋은 점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엠마 웨지우드라는 친척을 알게 되고, 그녀의 총명함을 알아가는 과정은 참 애틋해 보이기 까지 했다. 웨지우드라는 성은 왠지 유명한 홍차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브랜드가 이 가문인지는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왠지 맞는듯도 하다. 슬하에 열명의 아이를 둔 두 부부. 엠마가 마흔 여덟이 될 때까지 출산을 계속할 정도로 둘의 사이는 너무 좋았고, 그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점점 커져만 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점점 부양가족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 수록, 찰스의 작업에는 진행이 힘들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아이들을 잃기도 하는 슬픔 속에서도 그는 학자의 삶을 계속 걸어가듯이 꼼꼼한 기록을 해 나갔다. 그러면서 자신이 예전에 발견했던 자료들을 토대로 종에 대한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결과 발간된 종의 기원이라는 책은 큰 반향을 일으켜서, 그에게 꾸준히 많은 양의 편지들이 배달되었다. 그 편지들에 일일이 좋은 내용이었던 나쁜 내용이었든지간에 찰스는 일일이 답변을 다 해주는 성의까지 보이는 면에서 참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자신이 지금 임신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그런지, 임신이라고 하는 장에서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더 자세히 읽었던 것 같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지금처럼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었기에, 출산과 임신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랐던 것이다. 그들은 출산을 하다가도 죽어버릴 수도 있었고, 언제 병이 들거나 약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찰스의 끊임없는 학문에 대한 열정을 걱정하는 엠마의 모습까지. 그들에게도 새로운 생명과 가족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내용의 삶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둘에게는 편지라는 마음을 다스려 주는 매개체가 있었다. 둘의 편지 교환은 서로의 마음을 더욱 더 다잡게 하고 서로를 더욱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것이다.

 

그 둘의 사랑과 무한한 자식에 대한 애정, 그리고 찰스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정말 높이 사고 싶다.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걱정은 하지만 그 걱정을 어떻게 내비쳐 보여야 할 지 알고 있는 현명함, 그리고 그 현명함을 알아주는 따뜻한 마음과 서로를 더욱 애틋하게 느끼는 마음씨까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다윈은 종의 기원을 저술한 사람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찰스라는 이름으로 엠마라는 사람의 남편으로서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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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2-02-0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히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