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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웹툰에 영감을 얻어 뉴욕 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천연염색에 빠졌다라는 한 문장으로도 김유나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 많은 개성과 현대 문물의 홍수 속에 살고 있었던 탓인지, 청바지 한 벌에 필요한 물의 양을 생각하고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같다.
책은 온통 아름다운 색들로 가득했는데, 특히 염색된 천들이 주욱 나열된 사진을 봤을 때는,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 한복집에 가서 처음으로 많은 천들을 봤을 때가 생각났다. 긴 네모난 예쁜 색깔을 가진 천들을 내 몸 위 아래로 대 보면서 어떤 색이 어울릴지 봐주고 있을때의 기분은 참 새로웠다. 태어났을 때부터 항상 만들어진, 그리고 인공적으로 염색된 옷을 입는 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천연염색에 대한 생각은 그저 '촌스럽다'는 느낌 뿐이었다. 개량 한복의 감색이나 황토색에 조금 실망감을 느끼면서 저게 뭐가 예쁠까라는 생각만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천연 염색이라는 것이 예쁘다라고 느꼈을 때는 다른 아이템에서 왔다. 바로 '떡' 등 음식. 여러 천연 재료로 색깔을 내는 음식이야말로 천연 염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색깔들을 보면서 아, 천연에서 나오는 색깔은 정말 예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백색이라는 것이 얼마나 예쁘고 매력적인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던 그녀는 점점 다른 색깔에 대한 예찬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는 자수 박물관이 있었는데, 그 자수 박물관을 처음 갔었을때는 처음 보는 색감과 천의 종류에 놀랐던 생각이난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한국의 전통인 것이다. 내가 내 전통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나는 이방인의 마음을 읽었다. 왜 우리 나라의 전통 문물 앞에서 낯설고 이방인이 되는 것인가? 다행히 이런 이질감은 티비 드라마 중 사극에서 많이 완화시켜준 효과를 본 것 같다. 사극이 재밌어지고 그럼에 따라 한국의 의복에 대한 색감과 디자인등이 정말 예쁜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좋은 이미지를 점점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전통 의복이 불편하다는 것은 큰 단점이 되기는 하다.
천염 염색된 천들의 짜집기를 볼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지개 떡이었고, 천의 느낌에 대해선 부들부들한 느낌부터 시작하여 거친 느낌까지 사진에서 모두 느낄수 있었다. 인사동에 한지를 사야할 일이 있어서 한지 전문점에 들어갔을때 그 수많은 색감들의 향연이 참 좋았다. 이 색을 살까 저 색을 살까 하면서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로 한지의 색감은 참 여러가지였다. 색종이에서 느낄 수 없는 따스한 느낌과 파스텔톤의 잔잔한 색감까지 한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집에 장식하는 글씨를 한지를 오려서 만들었었다. 한지가 만들어낸 크리스마스라는 글자에는 따뜻함이 있었다.
예전부터 어른들은 감을 먹을때 옷에 묻지 않게 조심해서 먹으라는 말을 자주 했다. 감이 옷에 묻으면 색깔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천연염색에 대한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유년시절이었다. 잔디밭에서 한참을 놀다보면 바지 끝 부분이 초록으로 물들었었던 기억도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천연염색에 대한 추억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어가면서 수수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한국 염색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고, 그런 일에 풍덩 뛰어든 작가의 결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 말미에 나와있는 부록으로 공방에 대한 설명을 따라서 공방 탐방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선물로 함께 온 아름다운 하늘 색의 손수건. 정말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