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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우울할까 - 멜랑콜리로 읽는 우울증 심리학
대리언 리더 지음, 우달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우울함이란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일까? 작가는 프로이트의 저서에서 '애도'와 '멜랑코리아'에 대한 언급이 매우 적다는 것을 제시하면서 우울의 영역에 대하여 논하고자 하고 있다. 책은 머릿말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실례를 들고 있다. 우울증 처방약이 포일로 하나하나 감싸져 있다는 것에 환자는 더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우울증 환자가 자살을 생각하며 한꺼번에 약을 모두 복용해 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과 복용자가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 방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우울증 환자는 그 사실을 오히려 거꾸로 활용하려 했다. 약들이 하나하나 격리되어 있는 점이 너무 안타까워 포일을 다 벗겨내고 한꺼번에 약을 복용하려 했다고. 그 이유는?
"그래야 알약들이 그렇게 외롭지 않고 폐쇄 공포도 느끼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는 수 많은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장면을 봐왔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너무나 일반적인 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인사들을 시작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한다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 일반적인 것으로 정착하려 하고 있다.
작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울증 증세 환자에게 처방해 주는 이 항우울제. 너무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에 본 영화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에서도 여자 주인공 마르잔이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와중에 의사는 노트에 그저 낙서나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곤 대충 마르잔의 설명이 끝나자 병명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당신은 임상 우울증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약을 처방해 드릴께요."
이 장면은 정신과 의사들이 얼마나 항우울제를 남용하고 있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듣지도 않고, 한 귀로 흘려듣고 난 뒤 기계적으로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현실을. 마르잔은 이 약을 처방 받고서 바로 얼굴이 폭삭 늙어보이고 수척해지며 공중을 부양하듯 산다. 약이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애도와 멜랑코리아에 대한 프로이트와 라캉의 견해와 작가의 견해가 더불어져서 이 <우리는 왜 우울할까>라는 책이 완성이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보다 책의 내용은 매우 심오했고, 전문적이었다. 라캉의 <에크리>를 통해서 그의 정신분석론을 공부했던 적이 있던 나에게도 매우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속이 꽉 찬 열매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