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차 있다못해 흘러넘치게 바쁘다.
그럼에도 나는, 정작 나는 비어있고 허전하고 외롭게 굴러다닌다.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수도없이 전화를 걸고, 스케줄을 잡고, 메모를 하고, 미팅을 하고, 아이템을 짜고....
취재 나가고, 기사를 쓴다. 사진을 고르고, 레이아웃을 조절하고, 디자인팀과 협동하여 교정지를 낸다.
인쇄소에서 온밤을 지새우며 소음과 냄새를 견디며 감리를 본다.
책이란게 나온다.
아니 잡지란게 나온다. 이러한 행위는 계속 반복된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점점 마모되어 가고 텅 비어가며,
내 언어를 잃고, 갈수록 슬퍼지며, 고립되어 간다. 이건 너무나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다.
문제가 일상이 되어있다. 심각한 일이다.
어떤 책도 읽을 여유가 없으며, 어떤 글줄도 쓸 여유가 없다. 글, 이라고 불릴만한 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