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탄게츠, 그 생의 마지막 공연 음악을 담은 음반을 듣다. 적어도 이 순간 만큼은 당신이 내 눈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이탈리아에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뉴질랜드에 연수간 친구랑 수다를 떨다가 러시아에 유학간 친구랑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메신저의 유용성을 온몸으로 느끼는 밤이라고나 할까?
뭔가 커다란 일이 터지기 직전의 밤으로서, 긴장감 대신에 허탈함이 밀려드는 오늘 밤.
32살 먹은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이며 한 발 내딛는 그 곳은 어디인가.. 하는 이 고루한 질문이 오늘따라 참 서글프게 다가온다. 모스크바 국립대학 러시아 문학 박사학위 과정 친구의 하루 일과를 듣다가, 귀국일이 얼마 남지 않은 뉴질랜드 동갑내기 친구의 사랑 고민 이야기를 듣다가, 이탈리아에 있는 친구의 소믈리에 과정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만 정신이 사납다.
이봐요, 친구들.
그런데 나는 말이야, 정작 나는 어디서 뭘 하며 사는게 최선일까? 응?
스탄게츠가 연주해준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