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그렇게 생각해본적은 없으나, 나는 진심을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 아닌듯 하다.

다시 말해, 진심을 말로 전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_- 없다고 봐야지.

지금은 맥주 오백과 반 잔에 넘어지는 신세지만.. --; 예전에 술을 좀 마실 적에는 자주 취하곤 했다. 그래서 술 김에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여 뒤에 수습하느라 당혹스러웠던게 한두번이 아니었다만. 그런걸 제외하고는 제대로 진심어린 감정을 말.. 로서 전하는게 상당히 어색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헙,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술을 마시고서가 아니면 뭔가 진심 비슷한 것을 끄집어 내어 말을 잘 못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게 역효과가 나서 술을 마시고서는 진심은 커녕 전혀 반대 방향의 끔찍한 말들이 튀어나왔던 것 같은.. 흐읍..

진심, 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단어로, 말로.. 입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것이 백배쯤 가벼워 진다고 생각했던 걸까? 칭찬에 인색하거나 고마워할 줄을 몰라서 그런 탓도 조금은 있었을 거다. 어쩌면 이렇게 나는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말하는데 상대방이 가볍게 받아들이면 어쩌지? 하는 소심함도 있었을 거다.

여하튼 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내게 힘을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내 인생을 통틀어 타인에게 그런 말을 해본게 오늘이 처음이라는 것. 흐어어어억... -_-;;;그냥 가볍게.. 거마어 (이런 식인거다..) 라고 하는 것 이외에 이렇게 정식으로 말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게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는게 처음이라고도 솔직하게 말했다. >.<

스스로에게 이렇게 깜짝 놀랄 때가 가끔 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6-09-03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9-0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 술마시고 나면 맘에도 없는 말을 과장해서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친구로서 좋아했던 사람에게, 결혼한다 했을 때 섭섭했다는 둥 -_-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저에게 헉;스럽게 놀랐지요. (그래요. 정신은 멀쩡한데 혀가 지멋대로 어흑. ㅜㅜ;) 흠. 낡은구두님의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저역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던 적이 언제였나 아득해집니다. 구두님의 마음, 그 분 역시 진심으로 느끼셨을 거에요. 아아, 문득 부러워져요. ^^

이리스 2006-09-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아, 어제 계속 시스템 에러나서 실행이 안되었소. 오늘 다시 시도!
문나잇님 / 어흣, 그러셨군요. 한때 저는 술만 취하면 독수리오형제가 어쩌구 해대던 적이.. -_-;; 그러니까 애는 무조건 다섯이야! 라고 ㅋㅋㅋ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기도 참 쉽지가 않더라구요. 문나잇님에게도 곧 그런 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