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영화를 보러 간 건 순전히 오다기리 죠 때문이었다. 흰 바지건, 빨간 바지건 척척 소화해 내는 그 멋지고 긴 다리. 슬쩍슬쩍 내비치는 오만하고 싸가지 없는 눈빛도 매력적인 오다기리 죠. 영화가 어떤지에는 별로 관심도 없이 이렇게 배우로 눈요기 하겠다고 와서인지 제법 축 늘어져서 영화를 봤다.
**
형제중 한 사람이 가업을 잇거나 집을 나가서 독립하거나.. 하는 설정은 사실 꽤 흔하다. 게다가 형제나 자매가 서로에게 일종의 피해 의식을 갖고 자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남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풀것인가. 감독은 적당한 긴장감과 더불어 한 여자 놓고 싸우는 형제 이야기로 간단히 흐르지 않게 이들의 심리를 정교하게 드러내는데 집중한 것 같다.
하지만 재판 과정을 놓고 영화 후반부로 나가는 과정이 조금 지루했다. 게다가 이들의 어린 시절이 너무도 잠깐, 후반부에만 나온 것이 전체적으로 이 형제를 이해하는 것을 돕는게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겉만 번지르르 하고 막상 뭔가 책임져야 할때는 도망쳐 버리고 마는 겁많은 남자(타게루)나 착한 성격 안에 언젠가부터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고 뻔뻔한 얼굴을 가면처럼 쓰고 다니게 된 남자(미노루)나 둘 다 딱하다.
꽤 성공한 사진가이면서 정작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의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어주지 않은 아들녀석인 타게루. 일가 친척 다 모인 어머니 제삿날에 아버지에게 빈정거리며 대들정도로 싸가지 없기로는 일등이다. 어머니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 뒤치닥거리를 하며 시골 마을의 주유소를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는 미노루. 그런 곳에서 일하고 사느니 차라리 감옥에 있는게 낫다고 절규하던 미노루의 눈빛에는 증오심과 열등감이 가득했다.
***
그러나, 가장 딱한 사람은 죽은 이 형제들의 어머니이고, 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이 형제들의 여자란 생각이 든다. 아, 한심한 남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