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여행가는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시드니에서도 파리에서도 나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잘도 찾아갔었다. 한번은 버스를 타고 갔고 또 한번은 프린트 해간 종이쪽지의 지도 하나를 달랑 들고 지하철을 갈아타가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밀라노에서 공항간 이동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이 상황은 딱히 정말로 그 길을 잘 못찾아갈 까 불안해서 그런것은 아닌 듯 하다. 이태리어로 넘실대는 공항 사이트에서 찾아낸 공항간 이동 버스는 내 비행기 시간과 맞는게 없었다. (맞는 걸 못찾았을 수도 있지만..) 그러니 일단 시내로 나갔다가 거기서 이동을 하는게 나아보인다.

여하튼, 내가 두려운건 정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몰라서일 거라는 생각이다.

불만은 많으면서 뭔가 개선하려는 노력을 실천하지 않는 그런 투덜이 루저의 삶을 살게 될까봐, 그게 두려운것 같다. 생각하는 대로 다 이루고 살 수는 없겠지만 올해 내내 나는 뭔가 나사가 빠져 있다고 할까. 제대로 몰두하고 매진하는 게 없이 그냥 부유하면서 살고 있다. 일이 바쁘면 바쁘고, 아니면 아닌 그렇고 그런 삶.

인정하기 싫은데, 나 사실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전에는 알았으나 어떻게 가야 할지 방법을 고민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알았다고 여겼던 것 역시 확신이 안선다. 그래서 발을 못떼고 있다. 내가 찾아야 할 길은 밀라노에서 알 이탈리아 비행기를 타러 가는 다른 공항 가는 길보다는, 내가 살아갈 길이다. 훗, 하지만 그걸 찾기 전에 당장 내일 모레 찾을 길이라도 찾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6-07-2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의 스포일러도 종종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아니면,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 정도.

이리스 2006-07-2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네비게이션.. 이 필요하지만 당췌 그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