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구판절판


나, 무라카미는 이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대강 3인칭으로 진행되지만, 화자가 이야기의 첫머리에 얼굴을 드러내게 되었다. 옛적의 연극에서처럼 막이 오르기 전에 앞으로 나와 전체 줄거리를 짤막하게 설명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물러날 것이다. 잠깐이면 되니까 끝까지 들어주었으면 한다.

-9쪽

나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는 건 어쩌면 사실 매우 흔해빠진 현상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요컨대 그런 종류의 일은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태반은 우리의 눈에 띄는 일 없이 그대로 지나쳐버립니다. 마치 한낮에 쏘아 올린 폭죽처럼, 어렴풋이 소리는 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아무것도 볼 수는 없죠. 하지만 만약 우리가 강하게 구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젠가는 꼭 우리 앞에, 하나의 메시지로 떠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도형이나 함축된 의미를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9~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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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4-1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낮에 쏘아 올린 폭죽'같은 우연이라... 멋있는데용.
수 많은 우연의 집합에서 '의미'를 캐내면 그것이 인연이고,
인연 앞에 무력해지는 순간 우리는 운명을 보았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내 운명은 어디쯤 와 있을까요... ㅎㅎㅎ

이리스 2006-04-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 감사합니다. ^^ 님의 운명은... 운명은....
바로 님의 코 앞에 와있는 것이 아닐까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