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야. 스무 살이 넘으면 모든 것이 혁명적으로 짜잔, 하고 바뀌어버릴 줄 알았어. 그런데 바뀌는 것은 분명했지만 아주 천천히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정도의 속도였어. 지겨운 것은 조금씩 더 많아졌고 하고 싶은 일은 점점 더 줄어들었어. 스무 살을 기점으로 10을 나눈다면, 이전이 6이고 이후가 4야. 그런데 4역시 6이 없으면 존제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마는 거야. 6의 기억으로 4를 사는 거지. 어쩌면 스무 살이 내 삶의 정점이었고 그 이후의 모든 시간은 죽음을 향해 미끄러져 가는 뗏목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3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