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생>을 보다. 피가 튀기다가, 웃기다가, 침 꼴깍 넘어가게 야하다가.. 이러니까 무슨 관객을 정신병자로 만드려는 음모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너무 욕심냈다는 이야기.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비약이 심하기도 하고 어설픈 설정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꼬집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내가 꼬집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꼬집을테고, 어쩌면 감독 스스로 그 부분은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 그 모든 허술한 것들을 덮어주게 만드는 미덕은 바로 음란함에 대한 성찰이다.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서 나지 않은자 없는데, 우리는 모두 저 비슷한 말만 나와도 움츠리게 된다. 사대부 집안의 남자가 '음부'라고 말하며 화들짝 놀랄 정도였으니 여자는 오죽했을까.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세상은 어쩌면 영화속 배경의 시대보다 그다지 더 음란해진건 아닐지도 모른다.

음란함으로 기울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영화는 사랑의 근원에 대해 건드리고 자꾸 그것을 파헤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사랑이라는 것과 음난함의 차이를 비교해본다. 상대를 생각하며 그의 육체를 탐하는 것은 불경스럽고 죄스런 일인가? 무엇이 사랑이고 또 무엇이 욕정인가. 그 둘은 샴 쌍둥이처럼 서로 한 몸으로 붙어 머리가 둘인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욕정과 뚜렷하게 다른 점을 영화는 마지막에서 보여주고 끝낸다. 책임과 희생을 지고 가는 욕정이 바로 사랑인게다. 아랫도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것과 머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그 어느 것 하나만 가지고는 불완전하다. 그리고 아랫도리와 머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건 결국 마음이다.

<음란서생>에서의 음란함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감독은 이렇게 밝고 유쾌한 음란함으로 어둠속에 묻혀있던 칙칙한 음란함의 이미지를 벗기고자 했을지 모르겠다.

모두들 왁자지껄 떠들며 음란한 세상으로 몰려가는 듯한 마지막 장면은 그런면에서 꽤 괜찮았다.

# 현실성 팍팍 떨어지는 전개는 뭐그렇다치고, 심각한 장면에서조차 웃음이 터져나온건 참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니 과유불급이란 말이 아니 생각날수가... 별점으로 치면 후하게 줘서 셋 반. 별들의 갯수를 늘리는데는 재치있는 대사 몇개와 미술팀의 공이 컸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urblue 2006-02-2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후하게 줘서 셋 반이면 좋지는 않군요. 주말에 볼까 하는데.

세실 2006-02-2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섬뜩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야시시 하군요....
과유불급이라....볼까말까 고민 되는데요~

이리스 2006-02-2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블루님, 세실님 / 제가 기대를 많이 한탓에 실망한것도 있을겁니다. 다른건 모르지만 일단 스토리 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비약이 심해서 별로였어요. 하지만 그것 이외에 볼거리는 많으니 보시는것도 괜찮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