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득 생각해 보니 내 male 친구(남자친구라고 하자니 사귀는 사이 같고, 친구인데 남자라고 하자니 너무 길고 결국 이런 표현을.. ) 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1~2년 본것도 아니고 이미 6~8년 정도 보아온 친구들이니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별 여과없이 다 들어주는 female 친구다. 이들의 여자친구는 글을 쓴다. 음, 그리고 이들 중 한명 역시 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건 블로그에 글을 쓰다.. 라는 의미가 아니라 등단한 작가라는 의미.

여자친구들은 등단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들 내 male 친구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났다. 그들은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런 와중에도 글을 쓰는 male 친구는 꾸준히 글을 썼고 결과도 괜찮았다. 글을 쓰지 않는 male 친구 마저 이제, 글을 쓰겠노라고 한다. 글은 상처에서 시작되는가보다.

등단과 이별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기엔 내 male 친구들은 그다지 성실한 이성친구가 될 타입은 아니다, 아마 그들은 인정하지 않거나 혹은 인정하더라도 이제는 지난 일이되었지만.

이제 나이가 들만큼 들었으니 할랑할랑 데이트나 하려고 여자친구를 만나는게 아닌, 뭔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하고 든든한 인생의 반려자가 되려고 노력한다거나 하는 타입의 남자들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아주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고 아울러 감성이 풍부해 본인들도 버거워하는 쪽이다. 가족이라는 무게는 본인의 가족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해 하기도 하고.

결국, 이별이란 정해져있던 수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데 어제 male 친구와 헤어진 여자친구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소설 안에는 그녀의 힘듦과 고통이 얼룩져 흉하게 번져 있었다. 그건 한참 전의 일이고, 사귀고 있을 당시의 것인데..

뭐지? 난 아무런 말도 안했지만, 그의 여자친구보다 나는 오히려 그와 더 가까운 사이지만, 그가 나쁘다고 생각했다. 이별 선고를 받았다.. 라는 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했다. 이별이 오게 방치하고, 이별이 왔을때 무기력했으며,  이별을 고해야 하는 역할까지 고스란히 여자친구에게 떠넘긴 그가 나쁘다고 생각했다.

위험, 이라는 단어에 매혹되던 시절도 있긴 했다. 위험하지 않은것엔 구미가 당기지 않아.. 라고 당차게 내뱉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위험한 것은 도전이나 모험이 아니고 무기력함과 방치다. 그것은 후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만드니 그것만큼 위험한 것이 어디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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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2-0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 이렇게 써놓고 나면 매혹적이긴 해도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끔씩은 위험한 것들이 그리 위험하게 보이지 않아서 문제예요.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단 생각이 들어, 슬며시 웃었어요.

로드무비 2006-02-0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방치하는 게 제일 무서워요.

이리스 2006-02-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 매혹적이나 피해갈 수 있다니.. 더할나위 없군요.
젊은날의 치기는 누구나 지녔던가보아요. ^^

로드무비님 / 그쵸, 스스로에 대한 무관심만큼이나..

urblue 2006-02-0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나쁩니다.

이리스 2006-02-0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블루님 / 그쵸, 나쁘지요. 나쁜 남자.. 근데 이따금 여자들은 나쁜 남자인줄 알면서도 사랑하고, 상처받고, 또 추억하지요..

마늘빵 2006-02-0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 그 소설 뭔지 읽어보고 싶네...

이리스 2006-02-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우연히 읽게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