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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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비가 그리워 잠을 못이루다가 이 시를 만나 옮겨보았다.

나도.. 비가 되고 싶다. 하지만 신나게 날아갈 수는 없겠지. 이제 다시는..

날아갈 수 없고, 닿을 수 없어서 그냥 흐르기만 하더라도 나는, 비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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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1-27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인이란, ...타고나야 된다는 생각이 또 드네요.
비를 보고저렇게 까지 나의 감성을 확장시켜본적이 없어요...
그건 그렇고, 비를 기다리신다구요? 이왕이면 설 지나서 오기를 바래주세요. 길 좀이라도 덜 막히게 흑 흑...

이리스 2006-01-2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 나인님 / 시창작 수업때 머리를 쥐어뜯던 아련한 기억이 ^^;;; 시인의 감성은 확실히 보통사람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비를 기다린다는 건 꼭 당장 비가 내리길 기다린다는 뜻만은 아녔어요. ^^ 설에 길 덜 막히고 고생도 덜 하시길 바랍니다.
별님 / 쿵.. 하고 세게 부딪힐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