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를 보았다. 휴일의 종로 모처 극장. 사람 없고 한산하고 좋았다. 극장에서 사람에 이리저리 부딪히는게 너무 싫다. 조그만 스크린의 아담 사이즈였지만 뭐 나쁘진 않았다.


 현대무용을 하는 여자친구.. 그리고 사진가인 남자친구.. 흠.. 잘어울린다. ^^ -

이 영화에서 구두를 빼놓을 수는 없다. 내 닉네임이 낡은구두라서 그런게 아니다. 아, 정말이라니까.

<라빠르망>을 본지가 하도 오래라 나와 동행은 서로 우리가 <라빠르망>을 봤다는 사실을 아예 무시해버리고 새로운 기분으로 이 영화를 봤다. 사실 내 기억력은 하루가 빠르게 그 감퇴 속도가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금도 이러니 애라도 낳고 나면 어떨까 주변에서 걱정이 대단하다. 쩝..

조쉬 하트넷, 딱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본적은 없다. 그냥 뭐 괜찮네.. 정도였달까? 근데 왜 이렇게 살이 빠진걸까. 너무 수척해보이니 눈보라 휘날리는 그 을씨년스런 공원 광장에서 혼자 오지 않는 여자 친구를 기다릴때는 내 뼈마디가 다 시려운듯 했다.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조쉬.. 이 남정네가 가장 돋보였던 장면은 상처받고 눈물 흘리던 장면이 아닐까 한다. 아무런 이유도 듣지 못한채 연인에게 버림받은 한 마음 여린 남자의 울분 그리고 눈물. 나는 남자가, 저렇게 울 때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엉엉 소리내어 우는것이 아니라 그 울음 소리를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 사실, 그게 조쉬 하트넷이니 멋진게 아니냐고 한다면.. 음.. 그런것도 같다. -_-;;;

이런, 구두 이야기를 아직도 하지 않았군. 쿨럭..

구두는 그러니까 이 둘을 엮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주인공은 구두 가게에서 서로 처음 대화를 나누고 또 만날 약속을 잡는다. 그것도 구두 상자에 메모를 전해서. 난 이 여자가 구두를 신겨달라며 발을 쭉 뻗어 남자 무릎에 올릴때 마치 내가 그남자라도 되는냥 흠칫 놀래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책인거 안다. ㅠ.ㅜ) 여자는 빨간 바닥이 보이는 검은 힐을 고른다. 멋쟁이들은 구두 하나를 고르더라도 그냥 고르지 않는다. 그 누군가 패션은 구두에서 완성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구두도 이런저런 것 다 보고 바닥의 색깔또한 잊지 않는다. 걸을때 보이는 구두의 바닥이야말로 진정 패션의 완성이라 할 수 있으므로.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게 되는데 구두는 정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왜 그런지 다 말하면 영화보는 재미가 없어질테니 이쯤에서 접는게 좋겠다.  둘의 만남을 기념하는 이 특별한 구두. *^^* 말안한다고 해놓고 다 말해버렸군. 흠.. 뭐 원작도 있는 영화인데 크게 문제될것이 없겠지? 호호.. 여하튼 구두가 사랑의 메신저가 된다니 좋군.

영화는 주인공이란 것이 명확하게 있다. 하지만 가끔은 그게 싫고 불편할 때도 있다. 바로 이런 관계에서 누군가 하나는 계속 바깥에 머물게 된다. 누구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느냐에 달린 문제이지만 나는 그래도 그 바깥의 여자, 그 여자의 심리가 조금 더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났다.

그리고, 영화의 교훈은 이거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기다리겠다는 말, 많이 사랑하고, 그립다는 말 등 매우 중요한 말이 담긴, 그 시점에서 정말 이것 하나로 인연이 왔다갔다 하는 일을 절대 다른 사람 손에 맡겨서는 안된다! 중요한 일일수록 스스로 하자!

# 혹시 자기랑도 잘 안될거 알면서 심술나서 누군가의 관계를 억지로 끊어놓으려 하는 사람, 웬만하면 그러지 말기를 바란다. 역경이 닥쳐올수록 사랑은 더 돈독해지는 법. 공연히 사랑을 더욱 뜨겁게 불타오르게 하는 격이 된다. 내 밥이 안될거 같다고 남의 밥에 돌 심어놓으면 곤란하다는 말씀.

 ## 난, 그 공원의 핫도그 가게에서 핫도그 하나와 뜨신 커피 한 잔을 먹고 싶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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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10-2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이거 무슨 학습지 광고 씨엠송이 떠오르는군요 ㅎㅎ
라빠르망, 무지 분위기 있는 영환데, 모니카 벨루치가 그저 황급히 공중전화 박스에서 나오는 장면만 떠오릅니다...-_-;

이리스 2005-10-2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그 씨엠송을 따라부르며 같이 본 동행에게 저 말을 해줬어요. ㅋㅋ
<라빠르망>도 근시일내에 다시 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