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책읽는나무 > 바로 어제 같은데...

바로 어제 같은데........

-린 플루르드

어제 같은데..
통증이 시작되었지.
튀어나온 배를 움켜쥐고
네 아빠와 춤을 추며
소리쳤어.
"드디어 때가 왔다!"

어제 같은데....
네가 처음 태어나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어댔지.
내가 안아주자 넌 울음을 멈추었지.
네가 안아주자 난 눈물을 멈추었지.
네 마법에 걸려버렸어.
어제 우린 하나였지.
오늘 우린 둘이구나.

어제 같은데......
네가 한밤중에 울어댔지.
우린 산책에 나섰지.
계단을 내려가서
거실을 지나
식당으로 가서
부엌으로 들어가,
식품저장실로 들어가서
통조림과 냄비가 들어가는 노래를 지어 부르고
다시 네 방으로 돌아갔지.
그러기를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 백 번.
네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네 호흡이 편안해질 때까지.

어제 같은데.......
네가 처음 씽크대에서 목욕을 하고.
네가 처음 이유식을 먹고,
네가 처음 걷고,
네가 처음 "음마"라고 말했을 때가.

어제 같은데......
너의 첫돌,
기저귀를 차고 케이크에 달려들고,
함께 선물을 열어보고
넌 곰 인형을 안고 춤을 추었지.
그러다 인형을 획 던지고
종이를 찢으면서 놀았지.

어제 같은데.......
재롱잔치에서
넌 꿀벌이었지.
다른 벌은 무대 위에서
신나게 날아다니는데
넌 얼어붙어서
관객을 물끄러미 보기만 했지.
다 끝나고 인사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인사는 하고 또 했지.
나는 손뼉을 게속 쳤고,
결국 세 줄 뒤에 앉은 남자에게 핀잔을 들었지.

어제 같은데......
유치원에 입학하던 날.
우리는 버스를 기다리며 줄넘기를 했고,
버스가 오자
넌 얼른 올라탔어.
나는 줄넘기를 목걸이처럼 걸고
아침 내내
집안일을 했어.
내낸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돌아와서 키스하고
씩 웃으며 유치원 친구들 이야기를 했지.

어제 같은데....
처음 이를 빼던 때가.
처음으로 소프트볼을 하던 때가,
처음으로 친구 집에서 자던 때가,

어제 같은데......
네가 첫 데이트를 하는 날,
바로 그날 처음으로 여드름이 돋았지.
너는 욕실 문을 잠그고 들어가서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문 밖에 앉아서 기다렸지.
네가 울음을 멈추고 문을 열어주자
나는 들어가서 네 얼굴을 봐주었지.
엄마는 다 그렇게 해주는 거란다.

어제 같은데.....
네가 처음 운전면허증을 따던 날.
처음 접촉사고를 내던 날.
처음 무도회에 가던 날.

어제 같은데....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모두 친절하게
위로의 말을 해주려 했지.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될지 아는 사람은 너뿐이었어.
너는 외할머니의 옷을 한아름 가져왔고
우린 할머니 체취 속에서 옛날 사진을 보며 웃고 울었지.

어제 같은데....
너를 멀리 떨어진
대학교 기숙사에 데려다준 날.
다음 날 너는 전화했지, 수신자 부담으로.
그리고 말했어.
우리가 떠난 후 세 시간 동안 울었다고.
그래. 이해해. 엄만 여섯 시간을 울었단다.

어제 같은데.....
네가 내 아기였던 것이.
이제 네가 아기를 낳았구나.
그래도 넌 내 아기야.
언제까지나.
네 아이가 아기를 낳는다 해도
넌 언제나 내 아기란다.
그리고 모든 게 다 어제 같겠지.

 

<영혼의 식탁2>에서 옮김.

  위의 시를 읽고 있노라니 바로 옆의 그림책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의
  <언제까지나 널 사랑해>의 시와 약간 흡사하다.
  어떤시가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그림책을 읽고서 눈물이 핑 돌았던 감정만큼이나
  위의 시도 읽고 나니 눈물이 또 핑~~~ㅠ.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리스 2005-09-1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까지나 내 아기...

책읽는나무 2005-09-1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대목에서 감동..^^

이리스 2005-09-1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리고 모든 게 다 어제 같아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