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마을 메인화면에 진주님의 글이 있길래 들어가서 읽어보았다.

아들, 딸 이야기.. 남녀의 역할구분.. 며느리로서의 도리.. 마땅히 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그것들..

그리고 나는 조금전 신문 기사에서 인도의 한 젊은여인이 임신 3개월인 신혼의 몸으로 시집 식구들에 의해 산채로 불타 죽은 이야기를 읽었다. 1960년대에 없어진 지참금 제도 때문이라는데 공식적으로는 없어졌으나 그 악습이 여전히 이렇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시집 식구들은 지참금(어마어마한 액수였던듯)을 안가져온다며 친정으로 쫓아 보내기도 하고 엄청난 인신공격도 가했는데 그럼에도 돈이 수중에 쥐어지지 않자 시아버지가 석유를 들이 붓고는 성냥을 주며 네 손으로 그으라고 임신 3개월의 며느리를 협박했다. 또한 방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를 시누이라는 사람은 떠다 밀어버리기도 했다. 이 여인을 죽이기 위해 시집 식구들은 일주일 전부터 모의를 했다는 것이다.

병원에 실려온 그녀는 사망 직전에 이 모든 사실을 천만다행으로 의사에게 털어놓고 죽을 수 있었고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으며 결국 이 집안 식구들은 모조리 구속되었다.

자, 이것이 바로 2005년을 살아가는 지금 바로 이 시대의 이야기다. 저 멀리 어디 밀림속 한 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인도라는 땅에서 일어난 것이다. 또한 여전히 아랍권에서는 차마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들이 여성들에게 가해지고 있다. 거리에서 맞아죽어도 합법이며 납치 당해 결혼을 하고, 심지어는 어린 남동생의 잘못을 대신 벌받아 동네 남자들에게 윤간을 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뭐 크게 다른가? 저런 극단적인 일만 벌어지지 않을뿐 속을 들여다 보면 크게 낫다고도 볼 수 없다. 여전히 여성의 성은 베일에 가려서 꽁꽁 싸매어 놔야 옳고, 성폭행을 당해도 여자가 꼬리를 쳤거나 옷이 지나치게 야했다는 그런 개뼉다귀 같은 소리나 듣고, 한 놈은 고개 쳐들고 다니는데 당한 사람은 사회에서 매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단 말이다.

한데 나는 저 인도 사건의 기사에서 깜짝 놀란것이 그 시누이의 행동이었다. 물론 시어머니란 사람도 마찬가지이고. 같은 여자로서 임신한 젊은 여인에게 산채로 태워죽이는데 가담하다니. 당시의 정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방관한게 아니라 적극 협조했다는 점은 경악스럽기 그지 없다. 그건 아마도 심리적인 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겠지만...

결국, 이기주의란 것은 사람을 미쳐가게 만든다. 나도 여자이지만 나에게 불이익이 없으면 다른 여자야 어쩌든지 말든지 상관없고(성매매여성의 인권 문제나 그들에 관한 여러가지 문제에 일반여성들이 무심한 경우), 자기도 시집살이 당하는 입장이면서도 시누이로 있을때는 태도가 180도 돌변하는 경우, 당한만큼 되돌려주는 무식한 행위를 열심히 하고 있는 시어머니. 등등...

 어쨌거나 내가 억울하고, 내가 당하는것 아니면, 즉 기득권의 입장에 서기라도 하면 그런 날에는 이 모든 것들을 다 그대로 되물리거나 혹은 더 가혹하게 행하는 것이다.

결국 성비는 깨져버렸고, 여전히 지금도 이 땅의 곳곳에서는 단지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엄마의 뱃속에서 산산조각이 되어 죽어가고 있다. 끔찍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근본적인 것들이 변하지 않는 한은 손해 보기 싫어서라도 아들만을 골라 낳을 것이다.

어떤 부부싸움 중에 아내가..

"남자면 다야?" 라고 울며 항변했더니.. "그래. 다다! "라고 당당하게 외쳤더랜다.

"억울하면 ## 달고 나오지 그랬냐? 푸하하하.."

라고 웃어주더란다.

싸움은, 가사분담과 육아에 대한 것이었는데... 남자는 그런 것은 그저 여자가 하는 것이라며 일절 관여하려 들지 않았고 여자는 함께 운영하는 가게를 맡아서 보면서도 아이 돌보고 살림까지 다 하는데다 명절과 무슨 집안 행사때마다 자신은 죽어라 일만 하는게 분통이 터져 참고 참다 어느날 한바탕 한것의 결과가 저랬다는 이야기다.

저게 언제적 이야긴고 하니, 아마도 3~4년 전? 그리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다.

당시 나는 저 이야기를 듣고도 납득할 수 없어서, 아니 왜 그냥 계셨어요.. 라고 했더니만

그분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그러면 어떻게 해.. 저렇게 나오는데 더 할말도 없고 달달 볶아봐야 나만 힘들고 손해야. 그냥 이 악물고 부서져라 일하는 수밖에.. 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실이 벽은 참으로 이렇게 높고도 두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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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9-0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 말고도 몇몇 취미 활동 커뮤니티에서 활동(활동? 그냥 게시판 훑는 정도)중인데, 거긴 남성들 위주의 커뮤니티라서 조금이라도 남성에게 불리한 이야기(군대 가산점이나 여성가족부 정책 등등)이 나오면 다들 득달같이 달려와 언어폭력을 행사하곤 하더군요... 저도 나름대로 저항해봤지만 안되더이다. 저도 남자지만 남자가 그런 면에선 참 싫어요... 물론 잘하려는 분들이 예전에 비해서 엄청 늘었지만 뿌리깊은 남녀차별의 역사는 쉽게 사라지지 않네요.. 그리고, 더욱 문제는 남성들이 이제 여성들의 지위가 조금 올라갔다고 해서 엄청난 피해의식을 느낀다는 것이죠.. 아직도 남성들이 가진 권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 못하고, 여성들에게 엄청난 피해의식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마치 몇몇 노동조합이 힘이 세졌다고 해서 노조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편협한 생각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네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저도 생각 좀 하고 알라딘 여성분들과 토론 좀 해보고 싶네요...

이리스 2005-09-0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제 서재에 이렇게 긴 댓글은 처음입니다. ^.^
우리나라는 토론문화 정착이 좀 힘든 분위기인게 사실이죠. 말싸움과 인신공격으로 번지거나 그도 아니면 영양가 없는 수다 혹은 신세한탄에 그치고 마는.. -_-;;
하지만 뭐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 노력해서 하나씩 바꿔가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