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라고 해봤자 내일은 출근이고 결국 오늘 하루 쉰셈.
그나마 토요일은 서울시립 미술관에서 하는 퐁피두 특별전 관람 후 이어진
과도한 음주 탓에 몸살까지 와서 기절모드로 일요일을 보냈으니
정말 단 하루뿐인 휴일이었다.
대체 설 연휴, 설날에 왜 <숏 버스>를 본거냐? 고 하면 딱히 이유는 없다.
그리고 설날 볼만한 영화라고 올리는 거냐? 고 해도 그런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설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영화라고 하겠다.
살색의 향연으로 외로움을 떨쳐보라는 의미로만 받아들이면 곤란;;
포스터 이미지를 넣을까 하다가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담은 일러스트가 있어 냉큼.
존 카메론 미첼은 뉴욕을 정말 사랑하는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미니어쳐 뉴욕(이 표현이 맞나?)이 너무나도 탐났다.
영화를 보자마자 지난 가을 뉴욕에서 신세를 졌던 J가 떠올라 당장 전화를 하려다
시차를 계산하고서는 피식 웃었다.
내가 지난 밤 꿈에 뉴욕에서 헤매던 것은 우연이었나? 꿈에서 깨고 나서도 웬 뉴욕? 하고 갸우뚱했는데
<숏 버스>를 보려고 그런 꿈을 꾸었던건가?(같다 붙이긴;;)
<숏 버스>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섹스를 도구로 삼았을뿐인 영화다.
얼굴 벌개지며 호흡이 가빠지는 장면들이라기 보다는, 솔직하고 아픈 그런 섹스 영화.
대법원 판결 때문에 상영이 가능하게 될 것 같아 다행이긴 하지만, 제한 상영가능(실질적으로 개봉 불가)일때
존 카메론 미첼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한국에선 당신의 첫 영화 <헤드윅>도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두 번째 영화 <숏버스>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여자가 강간당하는 영화가 상영되는 건 아무렇지 않고,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가 상영되는 것도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런데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영화, 솔직한 방법으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가 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아쉽다. 물론 심의위원회가 많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앞으로 천천히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 필름 2.0 인터뷰, 허남웅 기자.
*뉴욕
영화를 보면서 내내 뉴욕이 떠오르고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 간질간질.. 마음이 간지러워 혼났다.
여행이 아니라 아예 돌아오지 않을 마음으로 떠나고 싶어져서 말이다.
*웃음
영화 중간에 남자 셋이 어울려 놀다가(뭐하고 노는지는 직접 보시길;;)
미국 국가를 기가막히게 불러 제끼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아주 대박 터졌다, 웃음!!!
*우울
사랑도 행복도 피부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 밖에서 멈춰버려 우울함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는
한 남자의 서글픈 눈망울을 보며 마늘을 삼킨듯 아리고 매워 겨우 눈물을 삼켰다.
*보물
일러스트에도 나오는 젊은 청년, 세상에 저런 청년이 나를 안아준다면
나는 눈물 콧물 펑펑 쏟아가며 흐엉흐엉 울어제낀 후 원더우먼으로 부활할 수 있을것만 같다.
훌륭한 저 분은 제이 브래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