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의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최강희와 지현우, 그리고 이선균이라는 달콤한 라인이 드라마에서 끊어지고 이어지며 흐른다.
얼마전 마지막회까지 다 보고 나서
최강희가 연기한 오은수의 캐릭터의 그 무한 건강주의가 부럽다 못해 소름이 끼쳤다.
아, 사람이 저럴수도 있는가보다.
앞서 보았던 15부의 감정 몰입이 마지막에 가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 멍하니 있다가
결국은 안으로 파고들어 고였다. 흘러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괴롭다.
결혼날짜를 코 앞에 두고
결혼 상대자가 연락 두절에 사라져 버렸다.
알고 보니 그 결혼 상대자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
이름이 달랐고 생년월일이 달랐다.
그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아니 존재를 도용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연을 알아보니 그는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였다.
그 살인은 친구를 죽인 것이었고, 사고였다는 것, 스물을 그렇게 암울하게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이 무산되었는데도
아버지는 청첩장까지 안돌려서 천만 다행이라고 하고 끝이고
어머니는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그저 네 맘이 괜찮으면 다행이라고 하고 만다.
오래도록 사귀었던 연인이
넌 가족같잖아, 라는 멘트를 날리며 자신의 결혼식에 오라고 청첩장을 보냈다.
그 사실에 놀라고 또 분노도 느꼈던 오은수.
얼떨결에 연하의 남자와 술자리를 갖게 되고 바로 그날 모텔을 그들만의 성지로 만들었다.
그 와중에 선자리가 주선되고 거기서 오은수는 김영수를 만난다.
의도했건 안했건 중간에 양다리 까지 걸쳐주는 서른 한살의 오은수.
어린 연인과는 이별을 하고
그로 인해 좀 힘들어 하는가 싶더니 선 본 남자에게 마음이 동해
자기가 청혼까지 해버린다.
그리고 나서 일어난 일들이다.
결혼이 무산되고 나서 오은수는 다시 영수 아니 태경을 만나다.
처음 만나듯 인사를 건네며 활짝 웃는다.
나는 그 웃음에 소름이 끼쳤다.
저것은 밝음, 건강함, 긍정의 힘이라 하기에는
차라리 인간이 아닌 괴물의 그것이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세번의 사랑에 저렇게도 무너지거나 부서지지 않고
참으로 반듯하게 오뚝이처럼 일어나
진정한 사랑의 관대함을 몸소 실천하며
네가 누구이거나 어떤 이름이거나 너의 존재 그자체를 받아들이겠노라
결혼을 엎었어도 이해하노라.. 하는 그 모습.
지난 인연 하나 제대로 털어내지 못하고
툭하면 놀라 바들바들 떨며 힘들어하다가 지레 지쳐서 주저앉는 나.
타인들이 보기엔 내가 괴물이고, 내 찌질한 미련과 흘러내리는 눈물이 한심해 보일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는 그것이 사람에 가깝다고 믿고 살아간다.
난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어쩌면 괴물이 되고 싶은데 내게는 불가능한 걸 아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