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밥 벌어 먹은지가 어언 10년.
그 동안 빈둥거리며 놀아본 적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러워졌다.
자발적인 빈둥거림이 있었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젠장, 빈둥거리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차럼 충직하게 어딘가에 내 목줄을 걸어놓고 헐떡이며 일하는데 길들여진 인간이라면 더욱.
그런데, 망설이던 그 일이 눈 앞에 닥쳤다.
모 회사에서 입사 권유가 강하게 들어왔다. 딱히 그 회사가 싫은 이유 같은 건 없다.
단, 빈둥거리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움과 한심하기 짝이없는 통장 상태가 나를 괴롭혔다.
벼르던 독일행도 일땜에 못가고, 다시 계획중인 가을의 뉴욕행도
이번에 입사를 하게 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고 곧 뉴욕에 터를 잡을 친구가 말했다.
까짓거 그럼 한 일년 벌어가지고 들어와.
-_-;;;
갈수록 비겁하고 소심해지는구나, 나는.
그러니까 다음에는 작정하고 통장에 얼마간 돈을 두둑하게 채워놓고 빈둥거려?
빌어먹을 그 다음이 내 인생에 언제쯤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