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밥 벌어 먹은지가 어언 10년.

그 동안 빈둥거리며 놀아본 적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러워졌다.

자발적인 빈둥거림이 있었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젠장, 빈둥거리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차럼 충직하게 어딘가에 내 목줄을 걸어놓고 헐떡이며 일하는데 길들여진 인간이라면 더욱.

그런데, 망설이던 그 일이 눈 앞에 닥쳤다.

모 회사에서 입사 권유가 강하게 들어왔다. 딱히 그 회사가 싫은 이유 같은 건 없다.

단, 빈둥거리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움과 한심하기 짝이없는 통장 상태가 나를 괴롭혔다.

벼르던 독일행도 일땜에 못가고, 다시 계획중인 가을의 뉴욕행도

이번에 입사를 하게 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고 곧 뉴욕에 터를 잡을 친구가 말했다.

까짓거 그럼 한 일년 벌어가지고 들어와.

-_-;;;

갈수록 비겁하고 소심해지는구나, 나는.

그러니까 다음에는 작정하고 통장에 얼마간 돈을 두둑하게 채워놓고 빈둥거려?

빌어먹을 그 다음이 내 인생에 언제쯤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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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0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사지를 묶어 놓고 강제적인 빈둥거림을 강요하면 큰 사단이 날 것 같은 낡은 구두님이십니다요.=3=3=3=3=3=3

이리스 2008-08-08 20:09   좋아요 0 | URL
당연하지요!!!!!

순오기 2008-08-08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린 글 쭈욱~ 읽고 올라왔어요. ^^
'뉴욕의 가을' 그 남자가 생각나누만유~~`` 리차드 기어!^^

이리스 2008-08-08 20:09   좋아요 0 | URL
리차드 기어는 별로지만 뉴욕의 가을에 남자까지 더해지면 오오~
ㅋㅋㅋ

Kitty 2008-08-08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기가 필요하죠!
저는 요즘 투잡을 뛰었더니 가끔 일이 좀 한가해져서 원잡 상태가 되면 패닉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 중입니다. 병이에요 이건 ㅠㅠ 근데 왜 내 통장은 -_-;;

이리스 2008-08-08 20:10   좋아요 0 | URL
일중독자 모임이라도 어떻게;;; 통장의 구멍도 어떻게;;
헤횽...

세실 2008-08-0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손으로 밥 벌어먹은지 18년 된 저도 갑자기 서글퍼 집니다. 흑.
저두 지금까지 번돈으로 한 1년만 도쿄에 가서 살고 싶어요. 흑.

이리스 2008-08-08 20:10   좋아요 0 | URL
갑자기 달인이 생각납니다. 16년간... 어쩌구 저쩌구..
우린 모두 생활의 달인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