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열흘 만이다.
내가 사무실에 다시 나간것은.
프리를 선언했다고는 하지만 여차저차하여 사무실에는 여전히 내 자리가 보존되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반프리? 정도가 되겠다. 하여간 출근은 안해도 되니 상관은 없을듯. 오후 내내 소품을 구하느라 광화문과 명동을 헤집고 돌아다녔더니 간만의 노동이 힘에 부치는 것 같았다.
어제는 처음으로 노래 수업을 받았다. 내가 품은 로망 중 하나가 뮤지컬 공연을 해보는 것, 무대위에서 춤과 노래를 펼쳐보이는 것, 이기에. 그 시작으로 노래 수업을 받고 있다. 중학교때 이후로 해본적이 없는 것 같은 아아아아아~ 발성을 하려니 무척 어색했지만 의외로 목소리가 제법 시원스레 크게 터져나와 스스로도 놀랐다. 이제 발성을 배웠으니 갈길이 참으로 멀고도 멀지만 그래도 연말쯤에는 어색하나마 첫 무대에 서보려는 욕심이 있다. (뭘 몰라서 용감한거겠지.)
오늘까지 넘겨야 할 원고 몇꼭지를 셈하다가 결국 서재로 찾아 들어와 딴짓을 해본다. 일하기 전에 어떻게든 놀아보려는 발악인것 같다. (몇년째 이모양이군..)
집에 살구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 아버지가 직접 따오신 것인데 어떤 것은 잘 익어 제법 새콤달콤하다. 아버지는 살구씨가 몸에 좋다며 저것을 빻아서.. 하고 또 무슨 일을 도모하고 계신듯 하다. 그러고보니 엊그제 아버지가 전화로 '너 살구 좋아하니?' 라고 물어오실 적에 그 목소리가 조금 들떠 있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았던 열흘 동안 딱 두번 외출했더랬다. 의외로, 집에 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가니 너무 덥고, 돈을 자꾸 쓰게 된다. 배우러 나가는 일 이외에는 나가지 않으리라 생각해보지만 어쩐지 반 이상은 놀러 나가는데 할애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하는 밤이다.
자, 이제 그만 놀고 일하자!
여전히 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