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戀書
지구가 앓고 있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마치 봄 날씨처럼 포근해서 입고 나온 겨울 코트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네요.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하는 것이 당연하듯 만나면 이별이 오고 이별하면 다시 만남이 오는 것이 삶의 묵시적인 원칙이겠지요. 그런데 지구가 앓듯이 저도 앓고 있나 봅니다. 만났으되 이별하지 못하고 이별했으되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요.
때 아닌 포근함에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되어버린 죄 없는 겨울 코트처럼 연모의 감정 역시 식고 나면 처치 곤란한 그 무엇이 되어, 미련으로 남겠지요. 시린 겨울 풍경을 눈앞에 두고 순환하는 인연의 고리에 대해 생각합니다. 저 물 속은 얼마나 차가울까요. 어쩌면 심장까지 깊이 들어가기 전에 이미 뼛속까지 스미는 얼음장 같은 차가움에 그만, 심장이 먼저 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물속에는 이미 식어버린 한때 뜨거웠던 마음만 담겠습니다. 그 마음이 물속으로 깊이 가라앉아 다시는 떠오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그래야만, 이 모진 마음앓이를 끝내고 다시 만남을 기약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겨울 풍경 속에서 이렇게 안녕, 뜨겁게, 마음을 다해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