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 정도 전부터 지인들의 아버지가 몸져 누우시거나 세상을 떠나셨다. 친구나 후배들의 아버지가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 장을 넘길때 내가 친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

술을 사주거나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나르는 것, 문득 한 밤에 걸려온 전화를 받아주는 것들이 다였다. 차라리 아주 가까운 친구가 아니라면 더 많은 말들을 해주었을 것 같다. 의례 할 수 있는 위로의 말들. 그것이 가볍다는 뜻이 아니라 적당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 아픔이 닥치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고 별다른 말 한마디 못 건넨다. 그러는 사이 친구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지난 초여름에도 잠시 병원 신세를 지셨는데 아주 잠깐이었고 상태가 호전되어서 안심했는데 얼마전에 다시 안좋아지신 것이다. 급기야 이틀 전에는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일하다 만 친구가 병원으로 달려갈 뻔 하기도 했다는데 고비는 넘기신 듯 하다.

좋아지실 거야. 걱정하지 마. 힘내. 이런 말밖에 할수가 없다.

친구는 말했다.

'무서워.'

아, 어쩌면 좋지. 너무 수척해지신 모습이 마음 아파.. 와 같은 여러마디 말보다 '무서워'라는 말이 오래도록 내 머리를 울리고 있다. 그래, 그것이 가장 솔직한 표현이다.

우리는 무서운 것이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형편없이 나약하고 도무지 쓸모가 없는지를 너무 잘 알게 되어 괴롭다. 제대로 위로해주거나 힘이 되주기는 커녕 덩달아 나까지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움츠러 들어서 되려 내가 위로를 받기도 하니 할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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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12-2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다 그럴거에요..저도 그런걸요..
그래도 님같은 분이 옆에서그 말을 들어주고 있다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될거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