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다. 마감이라는 요상스러운 작업 단계를 거쳐야 하는 직업을 갖게 된지 5년이 되었으나 시간과 상관없이 언제나 밤을 새우는 일은 쉽지 않다.
네시 반쯤 일이 끝나 집으로 돌아와 집 앞 '24시 뼈 해장국'집에서 혼자 앉아 뼈 해장국을 먹었다. 뒷자리에는 40대 중반이 넘어 보이는 한쌍(부부는 아닌 듯 했다)이 술에 취해 목소리를 높여가며 짜증나게 유치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 오빠가 오야야, 그럼 오빠는 서열이 몇번짼데, ## 오빠가 높아? 응?) -_-;;
내 앞자리 아저씨는 일찌감치 어딘가로 나가시려는 듯 이른 아침으로 해장국을 주문했다. 해장국이 나오기 전까지 신문을 뒤적거리며 잠이 덜 깬 정신을 바로 세우려는듯 했다.
소주 한 병 더.. 를 호기롭게 외치던 그 혀 꼬인 여인은 결국 식당 아주머니에게 술 대신 밥이나 먹고 가라는 소리만 들었다. 그러더니 그 여인은 화가 난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술 안준다며 나가 버렸다. 누구는 밤을 새워 일을 하고 누구는 술에 취해 술을 더 내놓으라고 성화다.
늦게 일을 마치고 집 앞에서 이따금 혼자 해장국을 먹고 들어가곤 하는데 위장이 17~18 시간 정도 비게 되면 속에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다. 누군가는 먹고 자면 속이 더 불편하다고 하는데 밥이나 해장국이나 절반 정도만 먹으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고기 말고 국물 위주로 먹으면 더 좋고.
올해는 뭐 거의 다 지나간 것 같고, 내년에 나는 과연 몇 그릇의 해장국을 새벽에 혼자 먹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