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다. 마감이라는 요상스러운 작업 단계를 거쳐야 하는 직업을 갖게 된지 5년이 되었으나 시간과 상관없이 언제나 밤을 새우는 일은 쉽지 않다.

네시 반쯤 일이 끝나 집으로 돌아와 집 앞 '24시 뼈 해장국'집에서 혼자 앉아 뼈 해장국을 먹었다. 뒷자리에는 40대 중반이 넘어 보이는 한쌍(부부는 아닌 듯 했다)이 술에 취해 목소리를 높여가며 짜증나게 유치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 오빠가 오야야, 그럼 오빠는 서열이 몇번짼데, ## 오빠가 높아? 응?) -_-;;

내 앞자리 아저씨는 일찌감치 어딘가로 나가시려는 듯 이른 아침으로 해장국을 주문했다. 해장국이 나오기 전까지 신문을 뒤적거리며 잠이 덜 깬 정신을 바로 세우려는듯 했다.

소주 한 병 더.. 를 호기롭게 외치던 그 혀 꼬인 여인은 결국 식당 아주머니에게 술 대신 밥이나 먹고 가라는 소리만 들었다. 그러더니 그 여인은 화가 난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술 안준다며 나가 버렸다. 누구는 밤을 새워 일을 하고 누구는 술에 취해 술을 더 내놓으라고 성화다.

늦게 일을 마치고 집 앞에서 이따금 혼자 해장국을 먹고 들어가곤 하는데 위장이 17~18 시간 정도 비게 되면 속에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다. 누군가는 먹고 자면 속이 더 불편하다고 하는데 밥이나 해장국이나 절반 정도만 먹으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고기 말고 국물 위주로 먹으면 더 좋고.

올해는 뭐 거의 다 지나간 것 같고, 내년에 나는 과연 몇 그릇의 해장국을 새벽에 혼자 먹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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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11-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을 세야 하는 일이군요..마감이라는게.. 힘드시겠어요. 저도 밤에 잠을 못자면, 특히 리포트 쓰면서 밤을 셀 땐 정말 힘들든데..

근데 뼈다귀 해장국 맛있지 않아요? 전 속이 허전할 때 주로 먹으러 가요....

Mephistopheles 2006-11-1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마님과 드라마 "황진이"를 보면서 했던 대화가 생각나는군요...^^
그 시간에 먹을수밖에 없는 해장국이라면 내년부터는 누군가 같이
마주앉아 해장국을 뜰수있는 그런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마태우스 2006-11-16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4시에 잤어요! 방가방가

이리스 2006-11-1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 / 으흠.. 그쵸. 몸을 갉아먹는 짓이에요. -.,-
메피스토님 / 황진이를 본적이 없어서... --; 내년부터는 마주앉아 해장국 먹기 보다는 정상적인 시간대에 일 마치고 들어가 저녁을 같이 먹게 되면 좋겠어요. ^^;
마태님 / 으흠.. 아니 무얼하시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