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운명
임레 케르테스 지음, 박종대, 모명숙 옮김 / 다른우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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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언어가 난해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것이 어려웠다. 귀신 같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공포감을 주는 것이 책 사이사이에 서려 있었다.

‘운명’은 15살의 소년이 전쟁 중 벌어졌던 잔혹한 범죄의 현장인 수용소에서 겪는 내용이다. 알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내용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용보다 소년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그 사건이 충격적이었다. 정말 그랬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나 자신이 곧 운명이다, 라고 외치는 그 말.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손을 뻗기가 무서울 정도다.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임레 케르테스에게 한방 먹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책,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뭔가 꺼려지는 것이 있지만, 그래도 추천 목록에서 빼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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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행자
한스 크루파 지음, 서경홍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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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들을 모방한 아류라고 생각했다. 독일에서 유명한 작가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결단코 펴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귀가 얇아서 본 것이다. 보고 난 느낌? 의외의 수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이 너무 따뜻한 것이 걸리지만, 그래도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11개의 단편이 얄팍한 두께로 만들어진 탓에, 당연히 책 내용이 너무 짧다. 그래서 내용을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이 말은 해두고 싶다. 마음의 여행자는 ‘괜찮은’ 책이다. 이런 더운 날보다 날이 좀 시원해지는 가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단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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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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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를 보다보니, 요즘 웃찾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쯤에서 뭔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정말 나오는 그런 심정. 너무 뻔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바로 그런 것. ‘면장 선거’를 보면서 새삼 생각한다. 형만한 아우는 없는 건가?

그래도 뭐, 재밌기는 재밌다. 이라부의 엉뚱함은 여전하다. 킬링타임용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것 이상은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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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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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아파트에서 누군가 떨어진다. 그는 왜 떨어진 걸까? 물음표를 쫓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이 왜 그렇게 대단한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도대체 ‘이유’는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이 치밀함은 도대체 무엇인지. 읽으면서, 또 읽으면서 난 미야베 미유키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다니!

추리소설을 보면 쫓고 추적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유’는 다르다. 어둠과 빛도 모두 까발려지면서 하나가 된다. ‘아라카와 일가족 4인 살인사건’으로 시작해서, 그야말로 미친 듯이 이 사회를 폭로하는 것이다. 이 치밀함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미야베 미유키에게 정말 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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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자
배수아 지음 / 열림원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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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의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독학자’만큼은 뿌듯하게 읽었다. 시대는 1980년대. 그때는 독재 정권이 있었고 또한 그것에 항의하는 운동권이 있었다. 대학은 정권에 반대하는 것에 앞장섰는데 일부 대학생들은 그것에 동참하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판단 근거를 갖고 그렇게 한 것인데, 팽배해있던 반항분위기는 그것을 비난했고 또한 욕했다.

‘독학자’는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운동권에도 끼지 않고, 반대의 입장에도 끼지 않아서 고난한 대학생의 이야기인 셈인데,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런 장면을 본 것은 역시 가슴 아픈 일이다. 반대로 당황스럽기도 했다. 일부의 이야기를 전체로 확장시킨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없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그렇다고 모두 그랬다고 말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독학자’를 뿌듯하게 보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모든 것을 모두 벗어나서 살아가려는 사람의 이야기는, 이상주의자의 그 날개짓은 내 마음을 자극했다. 오랜만에 본 이상주의자. 그 내밀한 속삭임. ‘독학자’라는 책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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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저도 배수아를 별로 안 좋아해서 대부분 건너 뛰다시피했는데;;
독학자 저도 기억하겠습니다 :)

오월의시 2007-07-3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