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호수 캠프. 이름은 예쁘다. 하지만 그곳은 아이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는 곳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일종의 소년원 같은 곳. 그곳에 뚱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 받던 스탠리가 누명을 쓰고 들어가게 된다. 벌칙은 단 하나. 매일같이 구덩이를 파는 것이다. 이름과 달리 호수가 없는 그곳, 땡볕 아래서 삽을 들고 구덩이를 파야 쉴 수가 있다. 처절한 강제노동, 아동학대! 그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그 끔찍함에 가슴 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아이들은 도대체 왜 구덩이를 파고 있는가. 소장이 시켜서다. 끔찍함을 느끼면서도 의아했다. 다른 이야기가 나올 때야 그 이유를 알았다. 여기서 이유를 쓸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것은 소장의 탐욕 때문이다. 그로 인해 아이들만 고생해야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끝에서는 진한 감동을 줬다. 구덩이를 파는 스탠리, 돈을 잃어버렸던 스탠리의 조상, 사랑을 하다가 비참한 최후의 맞이했던 백인여자의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그렇게 된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세 개가 동시에 나와서 약간 당황했는데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가슴 속에서 감동의 축포가 마구 터지는 것 같았다. 후후후. 정말 굉장하다. 소설을 보고 좋아하면서도 그걸 남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한다. 하지만 ‘구덩이’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하지만, 오래토록 기억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구덩이’는 그렇게 되도 부끄럽지 않은 책이다. 이런 책이라면, 세상은 그렇게 대접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