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에 빠진 한 문제적 인간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런... 우디 앨런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주인공을 대하는 시선이 복잡다단하다. 애정을 가졌으되 냉정하고 그래서 연민과 조롱이 뒤섞여 있으며 결말은 처참한 가운데 엔딩 음악은 짓궂다. 아침드라마 소재로나 나올 법한 단순한 얘기인데도 뒷맛이 묘하다.
생각해보면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모던타임즈의 기계공이 된 것은 더더욱 최근의 일이고. 길 위에서의 삶이야말로 태곳적 우리 본연의 모습일는지도. 희망도 절망도 없이, 담담하게 다만 은근한 온기를 지니고서 이 영화가 근원적인 삶의 형태를 비춘다.
진실과 거짓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끔 하는 이야기는 이미 많고도 많지만 이토록 진한 풍미와 깊은 여운을 가진 경우도 흔치 않겠다. 영화를 구성하는 장치며 상징이며 저마다의 요소들이 정교하고 완벽하고 아름답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불시에, 장인이 빚은 고품격의 성찬을 맛보고 나니 어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