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의 붉은 장미 - 아웃케이스 없음
우디 알렌 감독, 제프 다니엘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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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이 펼쳐진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극히 영화적인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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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 [할인행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야기라 유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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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섣부른 분노나 동정도 구하지 않으면서, 영화는 담담하게 끝난다. 고상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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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Eileen Heckart - The Bad Seed (나쁜 종자) (한글무자막)(Blu-ray) (2011)
Various Artists / Warner Home Video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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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영화치고 몰입도 최고임. 사이코패스 주인공의 말로를 벼락맞아 죽는 것으로 처리해버린 결말이 다소 황당하기는 하다. 그러나 악인이 벼락맞아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얼마나 부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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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에게는 가령 루쉰, 슈테판 츠바이크, 괴테,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보여주는 중후하고 심오한 정신성 같은 게 전혀 없다. 아주 얇다. 얇고 날카롭다. 날선 백지(白紙) 같다. 그는 괴로워하지도 고뇌하지도 회의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애당초 감정을 느끼질 못하니까. 자신의 이득에 따라 움직이므로 신념도 없다. 아니, 그렇다면 이득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바로 신념이겠군? 앞서 리뷰에서 소시오패스 유형으로 레니 리펜슈탈, 니체, 돈 후안, 박정희, 괴벨스 등을 들었는데 이중에 과연 니체를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니체는 좀 예외적인 것 같다. 니체야말로 소시오패스 철학(그런 게 있다면)을 정초한 사람으로 보여지기는 하지만 정작 그의 본성은 오히려 전혀 소시오패스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니체는 고통에 너무나 예민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작은 날씨 변화에서조차 우울을 느끼고 해방감을 느끼고 그랬던, 무슨 지진계 바늘 같던 사람이었으니까. 차라리 그는 소시오패스의 대극에 서있던 자였으나 극도의 자기단련 끝에 소시오패스로 거듭난, 노력형 소시오패스라고 해야 할까. 니체의 진정 대단한 점은 자기극복에 있는 것 같다. 하여간 특이한 종족인 듯. 벤치마킹해볼 만한 탁월한 기질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듯.

 

가까운 주변 인물 중에서 소시오패스 유형에 근접하는 자를 찾자면 남자친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넘치는 자신감, 낙천성, 강한 승부욕과 성취욕, 스릴과 모험 추구, 위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적음, 감정이 거의 없음(없는 듯이 보임), 그래서 늘 차분함, 공감 능력 결핍, 감각추구 경향.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결혼상대자로서 소시오패스 유형을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현실 사회에서 생존 능력이 취약한 나의 무능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인간형을 내 삶에 초빙하고 싶었는지도. 생존과 안전에의 절박한 욕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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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he Classic Collection (Hardcover)
Life Magazine 지음 / Time Home Entertainment Inc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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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카페의 책장 한구석에서 우연히 <The Best of LIFE>라는 제목의 1977년판 라이프 잡지 사진집을 발견했다. (알라딘에는 해외서적으로만 검색이 된다.) 책을 펼치면 첫 장에 1936년 헨리 R. 루스라는 사람이 쓴 라이프지 창간 예고문이 실려 있다.

 

“사람들의 삶, 즉 라이프와 세계를 봅시다. 큰 사건들의 목격자가 됩시다. 가난한 이들의 표정과 어엿한 사람들의 거동을 살펴봅시다. 기계, 군대, 엄청난 군중, 그리고 밀림에서 달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우주 삼라만상- 이들, 평소에는 눈에 익지 않은 것들을 봅시다. 그림, 탑, 대발견 등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들을 봅시다. 수천 킬로미터나 저편에 있는 것, 혹은 벽이나 방 안에 숨어 있는 것, 위험을 무릅써야 접근할 수 있는 것, 사나이들이 한없이 사랑하는 여성과 어린이들- 이 모든 것을 봅시다. 그리하여 즐기고, 놀라고, 배웁시다.”

 

다음 페이지에 라이프지 최후의 편집장으로 남게 된 랄프 그레이브의 서문 역시 인상 깊다.

 

“라이프지는 1936년 11월에 창간, 1972년 12월에 애석하게도 폐간되었다. 36년의 삶이었다. 수명이 긴 편은 아니었으나, 그 어느 시대, 그 어느 잡지를 들추어 보아도 라이프만큼이나 생생한 충격을 독자에게 던진 잡지는 없으리라. 라이프는 전세계를 독자의 눈앞에 펼쳤다. 그 방법 또한 독자들이 들어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경험’이란 결정적인 무게를 가진 낱말이다. 무수한 사진은 다만 봄으로써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보는 자의 마음을 감동으로 끓게 한다. 기백만, 아니 기천만 독자의 가슴에 남긴 감동의 물결, 이것을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하략)”

 

세상에 나온 지 37년 만에 우연히 내 손으로 흘러든 이 책은 카페 책장에 꽂힌 어느 책보다 노쇠했지만 그 위력만큼은 내게도 충격과 감동의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일본군에 의해 참수 직전에 놓여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비행사,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게릴라들의 시체 속에서 자기 아들을 발견하고 실신한 부인, 동독의 어느 폭탄제조공장에서 대거 학살된 노동자들, 수용소 건물의 문을 빠져나오다가 목과 팔이 문틈에 낀 채 그대로 불에 타 죽은 어느 정치범, 베트남 전쟁 당시 온몸이 묶인 채 죽어있는 남편의 시체를 발견하고 통곡하는 월남 여성, 곤봉과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을 추격하는 영국군인들...

 

사진집에는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가슴 먹먹한 사진들뿐만 아니라, 중국 대기근 당시 통통하게 살쪄서 웃고 있는 쌀장수 부인과 그 옆에서 뼈만 남은 채로 구걸하는 굶주린 소년의 사진도 있고, 물레질 하는 마하트마 간디와 달의 표면에 첫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의 사진도 있다. 불법선거자금을 받았다고 비난받은 부통령후보 닉슨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인솔한 대모대가 경찰견에 의해 저지당하는 장면, 심지어는 인간의 두피를 500배로 확대한 모습까지도 실려있다.

 

 

이 책에는 ‘스포오츠맨이 전개하는 근육과 정력의 드라마’라는 타이틀 아래 각종 스포츠 경기 장면을 포착한 사진들 역시 대거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그중 조지 실크가 찍은 <파도타기 명수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위 사진이 압도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꼽고 싶다. 파도 꼭대기에 오른 서퍼 니크 벡의 모습을 찍은 이 사진은 카메라를 널빤지에 부착시킨 후 벡으로 하여금 셔터의 줄을 당기게 해서 촬영했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 이 사진을 봤더라면 흔한 광고 사진 같아 시큰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과 독재, 국가 폭력, 인종 갈등, 기근과 지진 등 20세기 인류가 통과한 절망적이고도 참혹한 비극의 현장 사이에 끼어있는 이 사진은 실로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준다. 아, 그러나 또한 이것이, 하지만 바로 이것이, 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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