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에게는 가령 루쉰, 슈테판 츠바이크, 괴테,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보여주는 중후하고 심오한 정신성 같은 게 전혀 없다. 아주 얇다. 얇고 날카롭다. 날선 백지(白紙) 같다. 그는 괴로워하지도 고뇌하지도 회의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애당초 감정을 느끼질 못하니까. 자신의 이득에 따라 움직이므로 신념도 없다. 아니, 그렇다면 이득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바로 신념이겠군? 앞서 리뷰에서 소시오패스 유형으로 레니 리펜슈탈, 니체, 돈 후안, 박정희, 괴벨스 등을 들었는데 이중에 과연 니체를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니체는 좀 예외적인 것 같다. 니체야말로 소시오패스 철학(그런 게 있다면)을 정초한 사람으로 보여지기는 하지만 정작 그의 본성은 오히려 전혀 소시오패스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니체는 고통에 너무나 예민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작은 날씨 변화에서조차 우울을 느끼고 해방감을 느끼고 그랬던, 무슨 지진계 바늘 같던 사람이었으니까. 차라리 그는 소시오패스의 대극에 서있던 자였으나 극도의 자기단련 끝에 소시오패스로 거듭난, 노력형 소시오패스라고 해야 할까. 니체의 진정 대단한 점은 자기극복에 있는 것 같다. 하여간 특이한 종족인 듯. 벤치마킹해볼 만한 탁월한 기질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듯.

 

가까운 주변 인물 중에서 소시오패스 유형에 근접하는 자를 찾자면 남자친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넘치는 자신감, 낙천성, 강한 승부욕과 성취욕, 스릴과 모험 추구, 위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적음, 감정이 거의 없음(없는 듯이 보임), 그래서 늘 차분함, 공감 능력 결핍, 감각추구 경향.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결혼상대자로서 소시오패스 유형을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현실 사회에서 생존 능력이 취약한 나의 무능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인간형을 내 삶에 초빙하고 싶었는지도. 생존과 안전에의 절박한 욕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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