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갈 수가 없어서 여행안내서를 본다. 아니다, 여행을 안 가려고 보는 게 여행안내서인가. 읽다보면 굳이 나까지 또 나설 필요가 있을까 싶도록 안내가 완벽하다고.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서는 꿈꾸는, 그러나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이라고 고흐가 그랬듯이- 여행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그런 용도로 이 책을 추천한다. 현지 숙소에서 다음날 일정 짜기 위해 펼쳐들기보다 내 방 침대에서 편안히 뒹굴며 읽기 좋은 책이다.
뒤늦게 문상 가는 심정으로 이 소설집을 찾아 읽었다. 많이 좋아했습니다. 편히 영면하시길.
직접 일지를 작성하며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의지를 다지게 하려는 취지는 알겠으나 굳이 구입할 필요까진 없겠고 서점에서 형식만 한 번 훑어보는 것으로 충분할 듯하다.
운동도 미니멀리즘이 대세인가. 각종 보조제와 기구에 의존하여 부위별 근육을 고립시키는 헬스클럽식 운동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저자가 직접 다년간의 복역 생활 속에서 체득한 맨몸 운동법을 소개한다. 고대의 신체단련술에 뿌리를 둔 죄수운동법은 단순하면서도 체계적이다. 푸쉬업-스쿼트-풀업-레그레이즈-브리지-핸드스탠드푸쉬업 총 6가지 동작을 난이도를 높여가며 반복하는 것. 누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아무런 장비 없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출산 후 불어난 뱃살에 경악하여 심기일전코자 집어들었으나 이제는 정녕 이 잡지와 작별할 때가 되었나 페이지를 넘기는데 예전 만큼의 깊고 진한 감명이 하나도 없고 그저 포스모폴리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는 탄식만 나온다. 기저귀 치우는 게 일과인 셀프 감금 생활 속에서 코스모폴리탄을 펼쳐드는 발상 자체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단 방증인가. 이제는 나보다 띠동갑 아래인 애들이 코스모 표지를 장식한다. 2535 여성들이 어쩌구 하는 표제도 눈에 띈다. 슬프다. 열렬히 애독했으나 끝내 코스모폴리탄은 커녕 코스모폴리탄 옷자락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로 이 잡지를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오고 말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