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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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내가 있다'는 명제가 가장 적절한 대답이다. 93세 되는 가을, 나는 자다가 깨어나 메모를 남기고 다시 잠들었다. '나에게는 두 별이 있었다. 진리를 향하는 그리움과 겨레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그 짐은 무거웠으나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그것이 내 인생이었다. 나도 모든 사람이 걷는 인생의 길을 걸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함에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았는가, 라고 물었을 때에 부끄럽지만 내 나름대로의 대답이 있었다. 사랑하기 위해 살았다,는." (49)

 

"모든 남녀는 인생의 끝이 찾아오기 전에 후회 없는 삶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다. 사랑이 없는 고생은 고통의 짐이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 인생이다." (96)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 (...)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그런 한계가 없다.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나도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233)

 

"80세가 되면 노년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 나이가 되면 옛날로 돌아갈 수 없는 나의 인생이 정착되거나 평가의 대상이 된다. (...)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서 우리들 각자의 노년기는 어떠할까 반성해본다면, 80쯤의 나이가 평가의 기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대로 '나는 과연 성공했는가? 지금도 행복하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가? 그래도 존경스러운 삶을 이어왔는가?'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235)

 

"인생에서 50에서 80까지는 단절되지 않은 한 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50부터는 80이 되었을 때 나는 적어도 이러한 삶의 조각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준비와 계획과 신념과 꾸준한 용기를 갖고, 제2의 마라톤을 달리는 각오로 재출발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238)

 

"운동이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면 건강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 나에게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운동을 위한 운동은 운동선수들의 몫이다. 건강을 위한 건강은 목적이 없지 않은가. 나에게는 건강은 일을 위해 필수적이다. 일이 목적이고 건강은 수단이다. (...) 나는 일이 내 건강을 유지해주었다고 믿고 있다. 지금도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고 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오직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는 동안은 그 일 때문에, 또 일을 성취해나가는 기간에, 어떤 인간적 에너지 같은 것이 작용해 건강을 돕지 않았는가, 하는 좁은 경험에서 얻은 현실이다." (243~245)

 

"사랑이 있는 사람은 자기를 위하게 되어 있지 않다. 사랑하는 상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도 더 사랑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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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비와 애착이론
제레미 홈즈 지음, 이경숙 옮김 / 학지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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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 애착유형, 중에서도 특히 회피애착유형에 해당하는 내 안의 어린이를 객관화시켜 이해하고자 <애착장애의 이해와 치료>에 이어서 읽었다. 읽고서 든 생각은, 살아가면서 앞으로 반드시, 어머니의 존재감에 육박하는 심리적 중심축을 어떻게든 내 안에 스스로 마련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내면세계 안에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아이가 있다면 보살핌을 베풀어줄 어머니도 있을 것 아닌가? 나를 위한 성숙한 어머니 정체성을 스스로 구축해야 할 일이다. 내면의 안전기저를 스스로 만들어 내어야만 비로소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고 독립적이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색하는, 바로 내가 간절히 원하는, 그런 인간이 될 수 있을 듯. 안 그러면 외상적 사건에 취약하고, (타인을 거부하면서 또한 동시에 타인을 열렬히 갈구하는 모순된 방식으로 혹은 열렬히 갈구했던 타인을 거부하는 신경증적 방식으로) 타인의존적이고, (세계와의 안정애착이 형성되지 못한 채) 만성적으로 허무감을 느끼는 인간이 될 듯. 새로운 정체성 구축의 한 가지 수단으로 신앙을 가져도 좋겠지만 그것이 노력으로 불가능하다면 신앙에 견줄 만한, 정신의 불안한 표류를 멈출 수 있는, 말뚝으로 삼을 만한 단단한 무언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걸 과연 어디서 어떻게 찾느냐. 아직은 모른다. 어쩌면 평생토록 그걸 찾아 헤매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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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O.S.T. [2CD] - tvN 금토드라마
김윤아 외 노래, 김준석 작곡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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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으면 문득 뒷골이 서늘하다. 온갖 범죄들이 떠올라서. 드라마를 너무 몰입해서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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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2
박해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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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파트 문화사를 다룬 책. 잡학적인 지식 습득보다 글쓴이의 독자적인 통찰과 사유를 기대했으나 글쎄, 지적 희열을 느끼기엔 박력이 떨어진다. 문학과 사회학의 이종교배를 시도한 1부 구성도 불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만약 재미를 노린 거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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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기와 삶 읽기 2 -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조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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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잠식하고 있는 우리 안의 식민지성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자신이 선 자리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이 결여된 채 자기 존재를 스스로 타자화시키는 지식인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상적 삶이 경험되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지식 생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거대 담론으로부터 배제된 주변성과 소수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전편에 이어 저자가 왜 이런 유형의 글쓰기를 지속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 또한 남성성, 중심성, 근대성의 형식을 전복하는, 아버지의 언어로부터 벗어나 자기 언어를 되찾으려는, 대안적인 글쓰기 실험인 것.

 

저자의 학문적 여정을 따라가며 제3세계 주변부 지식인이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의식에 동참하다 보면 새삼 나의 가난하고 미약한 그러나 유일한 글쓰기 공간인 이곳 알라딘 서재에서 나는 앞으로 어떤 글쓰기를 해나가는 게 좋을까 하는 물음도 가져보게 된다. 일상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소소한 자기성찰적 글쓰기도 좋지만, 솔직히 털어놓으면 한편으로 이곳에서만큼은 지리멸렬한 일상과 분리된 채 고결한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고 싶은 허영심이 있기도 하다.

 

시시한 구체성만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로부터 벗어나 어려운 책을 탐사하며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고 내 안의 관념성을 한껏 끌어올리고 싶은 욕심. 조금이라도 높이 날아올라보고 싶은 마음. 그것이 비록 얄팍한 지적 허영에 불과할지라도. 아마도 저자는 바로 그런 꿍꿍이야말로 ‘겉도는 말, 헛도는 삶’의 전형이라고 비난할 테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라니 역시 나는 이 책을 뼛속 깊숙한 곳까지 절절하게 읽지는 못한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여담인데, 일전에 읽은 세라 블레퍼 허디의 <어머니의 탄생>(사이언스북스, 2010)에 경제 능력을 갖춘 여성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인류학적 사례로 물질하는 제주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몹시 신기했던 적이 있다. 아니, 어떻게 이 여자는 제주 해녀들의 사정까지 알고 있담? 이 책을 읽고 나서 의문이 좀 풀렸다. 조혜정의 박사 학위 논문을 참고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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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2016-09-15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이렇게 책표지가 권위적이고 엄숙하고 추상적이냐. 책의 내용을 배반하는 끔찍한 디자인이다. 저자의 표현을 다시 돌려주자면 이거야말로 `폰즈통에 김치를 담아 도시락 반찬을 싸가고, 화장실의 휴지가 식탁 위에 올라 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 `일관성 있는 스타일과는 무관한 절충주의와 혼돈의 상태`가 아닌가. 이 책이 재판 발행된다면 부디 유쾌발랄한 책표지이기를 바란다. 복고풍 서체에 팝아트 디자인이 괜찮겠다. 패션 못지 않게 철학도 스타일의 완성은 디테일에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