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그리고 프랑스사회
김선미 지음 / 한국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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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은 외국인의 눈에 비친 거만한 모습뿐 아니라 강한 자기비판의 성향을 갖고 있다. (...) 흔히 프랑스 문화가 비판과 비관론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인은 먼저 긍정적인 면을 보는 반면 프랑스인은 부정적인 면을 본다고 한다. (...) 결국 이러한 프랑스의 교육 시스템은 프랑스 사람들을 자연적으로 회의론자의 성향으로 만들고 철저하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게 만든다.

 

직장 생활과 정치 분야에서도 자발적인 화해보다는 비판을 실천하고 있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종종 화해를 양심과의 타협이라고 혼동하기 때문이다. 의견 일치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태한 타협으로 여긴다. (...) 결국 프랑스에서 반박과 풍자를 잘하는 것이 똑똑함으로 여겨지는 반면, 관대하게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음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인은 <전문적인 투덜이>로 알려져 있다. 언론인이자 정치가인 앙리 로슈포르가 “프랑스에는 3600만 개의 불만스런 주제가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이것은 프랑스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잘 표현한 것이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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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1968년 5월 혁명의 이 유명한 슬로건은 권위에 대한 항의를 나타낸 것으로 오늘날 프랑스인의 정신적 기초를 이루고 있다. (...) 프랑스인에게 권위에 대한 종속적인 굴복은 견딜 수 없는 것이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누구도 법의 엄격한 적용을 수용하지 않으며 법의 엄격한 적용은 마치 형벌로 여긴다. 프랑스인은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규정을 위반하고 작은 위반을 범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 도로에서 운전자들은 전조등으로 경찰이 단속하고 있다는 것과 과속 방지 레이더가 있다는 것을 다른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 결국 프랑스에서 규정을 지키는 것은 시민정신이 아니라 경찰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 말하자면 경찰에 사기꾼을 신고하는 것은 <적과의 공조>와 유사한 것으로 여긴다. (...) 그들은 무임승차를 하기도 하고 보행자도 신호를 위반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듯 프랑스인에게 진정한 사기와 영악함 사이의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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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중반까지 공산당은 프랑스 지식인들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1956년 소련에서 스탈린의 과오를 밝힌 보고서가 발표되고 헝가리 폭동에 대한 끔찍한 탄압이 일어나면서 지식인과 공산당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젊은 지식인과 공산당이 멀어지게 된 것은 1968년 5월의 혁명이었다. 공산당은 학생들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학생들이 너무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오히려 이전의 공산주의를 완벽하게 비판하는 러시아 10월 혁명의 지도자 트로츠키 사상이나 모택동 사상에 끌렸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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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앙리 드 비리외 기자는 1974년 9월 16일자 누벨 옵제르바퇴르에서 <사람들의 냉장고는 같은 크기지만 내용물을 보면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자동차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하면서 여전히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혔다. (...) 이처럼 개인의 기호는 수입보다는 다른 요소에 의해 형성된다. 즉 학력의 수준과 출신 사회 계층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체계와 전통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교사와 상인은 같은 소비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문화생활의 차이는 교육의 정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간부는 노동자보다 도서관에 더 자주 출입하는데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책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노동자의 자녀 중에 5%만이 대학의 박사과정에 있고 그랑제콜에 다니는 자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유전적인 영향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사회적인 요소, 즉 문화적 가치관에 의해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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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의 붉은 장미 - 아웃케이스 없음
우디 알렌 감독, 제프 다니엘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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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이 펼쳐진다.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극히 영화적인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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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 [할인행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야기라 유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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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섣부른 분노나 동정도 구하지 않으면서, 영화는 담담하게 끝난다. 고상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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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Eileen Heckart - The Bad Seed (나쁜 종자) (한글무자막)(Blu-ray) (2011)
Various Artists / Warner Home Video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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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영화치고 몰입도 최고임. 사이코패스 주인공의 말로를 벼락맞아 죽는 것으로 처리해버린 결말이 다소 황당하기는 하다. 그러나 악인이 벼락맞아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얼마나 부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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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에게는 가령 루쉰, 슈테판 츠바이크, 괴테,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보여주는 중후하고 심오한 정신성 같은 게 전혀 없다. 아주 얇다. 얇고 날카롭다. 날선 백지(白紙) 같다. 그는 괴로워하지도 고뇌하지도 회의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애당초 감정을 느끼질 못하니까. 자신의 이득에 따라 움직이므로 신념도 없다. 아니, 그렇다면 이득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바로 신념이겠군? 앞서 리뷰에서 소시오패스 유형으로 레니 리펜슈탈, 니체, 돈 후안, 박정희, 괴벨스 등을 들었는데 이중에 과연 니체를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니체는 좀 예외적인 것 같다. 니체야말로 소시오패스 철학(그런 게 있다면)을 정초한 사람으로 보여지기는 하지만 정작 그의 본성은 오히려 전혀 소시오패스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니체는 고통에 너무나 예민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작은 날씨 변화에서조차 우울을 느끼고 해방감을 느끼고 그랬던, 무슨 지진계 바늘 같던 사람이었으니까. 차라리 그는 소시오패스의 대극에 서있던 자였으나 극도의 자기단련 끝에 소시오패스로 거듭난, 노력형 소시오패스라고 해야 할까. 니체의 진정 대단한 점은 자기극복에 있는 것 같다. 하여간 특이한 종족인 듯. 벤치마킹해볼 만한 탁월한 기질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듯.

 

가까운 주변 인물 중에서 소시오패스 유형에 근접하는 자를 찾자면 남자친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넘치는 자신감, 낙천성, 강한 승부욕과 성취욕, 스릴과 모험 추구, 위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적음, 감정이 거의 없음(없는 듯이 보임), 그래서 늘 차분함, 공감 능력 결핍, 감각추구 경향.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결혼상대자로서 소시오패스 유형을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현실 사회에서 생존 능력이 취약한 나의 무능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인간형을 내 삶에 초빙하고 싶었는지도. 생존과 안전에의 절박한 욕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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