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슈만 :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슈만 (Robert Schumann) 작곡, 바죤 (Denes Varjon) 외 연주 / ECM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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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아 길러보니 아이에게 해가 될 만한 일에는 본능적으로 온 신경이 곤두서고 반면에 아이와 무관하게 여겨지는 세계에 대해서는 호기심과 탐구욕이  예전만 못해 간다. 한때 두 눈 반짝였던 것들에 대해 나 스스로 아연할 정도로 심드렁하다. 내 눈이 반짝이는 건 사실 아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을 때 뿐인 지도. 낯선 풍경을 봐도 제대로 마음에 담아지지 않고 기껏해야 잠시 한눈팔기 수준. 풍경뿐이랴. 예전처럼, 도박꾼처럼, 판돈을 모두 걸고 금방이라도 이글대는 불구덩이로 뛰어들어가 버리려는 태도를 지니기 쉽지 않다. 뛰어들어가 버리면 아이는 어쩔 건가. 아이의 생존과 안전과 번영을 중심으로 뇌가 완벽하게 소성가공되어버린 모양. 이 무슨 해괴한 트랜스 상태란 말인가. 대자연의 농락이란 말인가. 


전락할 대로 전락했다는, 지금 바로 여기가 최후의 지점이라는 강력한 확신 가운데서, 그러니까, 인간으로서 더 이상 그 어떤 개선과 발전의 희망도 갖기 어려움을 인정하고 정신적 개인 파산을 (감히)  선언한 후, 마치 회계를 마감하고 이월 작업을 진행하듯 아이를 가졌다고 생각했건만, 아이를 기르다 보니 미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나 자신이 한층 더 매섭게 전락할 수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겠다. 아니 어쩌면 진정한 전락은 아이를 낳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도. 그 기미가 한층 뚜렷해진 생물학적 쇠락과 더불어. 어쨌든 이 모든 변화를 겪고 있자니 밀려드는 회한- 아이가 생기기 전에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오만한 줄도 모르고 어쩜 그리도 흰소리를 방자하게 지껄여댔는지. 부끄럽고 또 부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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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2024-06-2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리 덴파사르에 응우라라이 국제 공항이 있다. 네덜란드에 대항해 발리 독립을 이끈 영웅 ‘구스티 응우라 라이‘ 장군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거기서 한국 가는 비행기 기다리다 운좋게 구경했던 공연. 전통 춤 같았는데 아마도 공항에서 준비한 신년맞이 행사였던 듯. 맥락이나 내용을 알았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몰라도 모른 대로 신기하게 봤다.
 
Norwegian Wood (Paperback)
Haruki Murakami / Vintage Publishing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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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십여 년 전에 문학사상사 유유정 역으로 읽었는데, 시간이 흘러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읽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문체가 훨씬 담백하다. 남주인공은 뭔가 좀 더 터프해 보이고. 번역의 문제라기보다 영어라는 언어 특유의 간결명료한 성격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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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weet Orange Tree (Hardcover)
Jose Mauro De Vasconcelos / Candlewick Pr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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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게, 미시적으로는 언뜻 내밀하고 사적이고 독자적인 종류 같아 보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흡사 벡터를 지닌 운동체 마냥 확산되고 전파되고 전염되고 전이되고, 뭐 그렇게 생명체 간을 오가며 흐르거나 세월을 타고 흐르는, 점성과 유동성을 지닌, 타르나 연기(smoke) 같은 거 아닐까. 그렇다면 먹구름 같은 것이, 그러니까 이리저리 던져지고 넘겨받아지고 하면서 온갖 짜증 불만 시기 원망 증오 등등의 악감정이 누적되고 응축된 그런 먹구름 같은 것이, 검은 에너지처럼 숙주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가장 취약한 생명체한테로 들러붙는 거 아닐까. 가난은 모두를 지치고 고단하고 피폐하게 만들지만 그로 인한 가장 큰 희생은 결국 아이들의 몫인 것 같단 생각. 가진 거라곤 오로지 보드라운 살갗 뿐인 아이들이야말로 이 '검은 에너지'에 대해 누구보다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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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d in the Willows (Paperback) Puffin Classics 2009 New Edition 3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 Puffin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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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감동적일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짜임새 또한 탄탄하다. 영미권이라면 우정과 모험을 사랑하는 초저학년에게 적합한 성장소설이겠지만 서정적인 묘사와 시적인 표현들이 웬만한 인문서보다 더 어려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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