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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len Focus: Why You Can't Pay Attention--And How to Think Deeply Again (Paperback) -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원서
요한 하리 / Crown Publishing Group (NY) / 2023년 1월
평점 :
집중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신세 한탄하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책. 읽고 나니 감자 한 알 캐려다 온 감자밭을 헤집은 거 같아 당혹스럽다. 이 책은 현대인의 집중력 부족이 단순히 생물학적 노화나 개인의 의지박약에서 비롯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보량의 급증, sns의 출현, 식이, 스트레스, 대기오염, 화학합성물질, 양육 방식 등 생활 환경 전반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현상이며 근본적으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을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역설한다. 비만 인구 증가하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저자가 주목하는 것이 스키너 이래 발전을 거듭해온 인간 행동의 심리 통제 기술이다. 심리 통제 기술이 단지 오프라인의 상업 공간 배치나 옥외 광고 양식만이 아니라 온라인 세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그리 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끊임없이 설득당하고 유도당하고 인도당한다. SNS가 개인 맞춤형 광고를 위한 정보 자원으로 활용되어 이러한 과정을 정교화하고,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이용한 각종 기술적 트릭들이 오랜 시간 광고 노출과 그에 따른 수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된다.
현대의 상업적인 관점에서 시선의 머무름이란 이윤을 위해 기를 쓰고 확보해야 할 새로운 천연자원에 다름 아니다. 외부 자극에 대한 생명체의 자연스런 신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 시선과 눈길 하나하나가 이제는 모두 돈으로 환산된다. "attention economy"가 운용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되도록 주의가 분산된 채 장기간 온라인에 머물러 있는 편이 수익의 측면에서 이롭고, 이러한 상태를 최적으로 만드는 알고리즘 수집 작업으로서 개인 정보와 일상이 낱낱이 털리기 시작한다. "surveillance capitalism"으로 시장구조가 재편되어 간다.
책의 중반부에 이르러 저자가 제안하는 제도적 해법은 우선 개인 정보를 거래하는 행위를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광고주의 개입 없이 사용자에게 직접 구독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식으로 사이트 운영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페이스북이 더 이상 광고주의 기쁨이 아닌 사용자의 기쁨(=집중력)을 위해 일하게 될 거라고. 정부가 아예 영향력 있는 sns를 선별 매입하여 공적 오너십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일종의 필수 공공재로 삼는 것. 구상은 다양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이트의 수익 모델을 바꾸어 사용자 중심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공통 핵심이다.
어떤 것은 너무 과격해서 자유주의의 기본 신념에 위배되어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가기도 한다. '사회적인 영역'을 시장경제의 침식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는 알겠지만, 애초에 초국가적 영향력을 지닌 데다가 끊임없이 자생하여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sns를 대체 어떻게 하수도관처럼 국가 차원에서 유지 보수 관리한다는 것인지? 하지만 온라인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당면한 '집중력 부진'이라는 과제에 대해서 더 이상 명상수행과 같은 순진하고 지엽적인 정신승리법 (내지는 자기계발)에 머무는 게 아니라, 기술 발전에 보조를 맞춘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개선점을 모색해 나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기본 입장에는 깊은 각성을 얻지 않을 수 없다. 효과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을 톺아보느라 저자야말로 포커스를 도둑맞은 거 아닌가 싶게 뒤로 갈수록 논의가 지나치게 방만해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모든 문제의 기저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오로지 가속도가 붙어야만 그 존재가 유지되는 성장 중심의 현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감자밭을 뒤엎었다고 할 수밖에. 이 책은 문제의식을 갖게 된 개인적 체험과 일화 그리고 관련 연구를 수행해온 여러 학자들과의 인터뷰가 상호교차 되며 긴밀하게 짜여 있다. 인터뷰는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세계 곳곳의 석학들을 찾아다니며 수년 동안 진행한 것이라고. 설득력 있는 글쓰기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