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다양한 기질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고, 바로 그 고유성으로 인해 저마다 독특한 자기만의 서사를 완성해 나간다는 인간사의 생리를, 전혀 교육적이지도 교훈적이지도 않게, 그저 엉뚱하고 기발하고 실없이 웃기는 방식으로 들려준다. 한국판 제목은 볼썽사납다. 원제 그대로 Mr. Men과 Little Miss 시리즈라 하면 될 것을. 등장하는 수많은 주인공 가운데 아이가 특별히 편애하고 자주 읽어달라고 하는 친구는 너절씨. 왜 하필이면 씻기 싫어하고 더럽고 게으르고 엉망진창으로 사는 인물에게 깊은 동일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erotic capital이라는 명칭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 젊음, 성적 매력 같은 것은 애당초 축적되는 성질의 것이 아닌데 이걸 자본이라 할 수 있나? 오히려 인생 전반에 걸쳐 점차적으로 와해되고 소실되어 가는 요소 아닌가? 이런 걸 자본이라고 오인하게 되는 순간 인생의 리스크는 더 커지고 마는 것 아닌지? 아울러 에로틱 캐피탈이 상정하고 추구하는 미의 성격을 과연 전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비난하는 기존의 주류 페미니즘 못지 않게 이 또한 궁극적으로는 가부장 질서와 공명하는, 체제 강화에 기여하는 개념(이 책에 나오는 용어를 돌려주자면 'unholy alliance'로서) 아닌가? 몇 가지 의문이 남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전투적이고 래디컬한 puritan Anglo-Saxon 페미니즘의 맹점과 한계, 왜곡과 모순을 지적하며(시몬 드 보부아르마저도 현실 모르는 강단 페미니스트라고 저격하는 패기!) 새로운 차원의 시각을 열어보이는 라틴계(?)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도발적인 목소리는 일견으로 상당히 호소력 있고 인상깊게 와닿는다. (가령 성매매 및 대리모 합법화에 대한 견해라든지- 하지만 궁금한 게, 이 책의 논리대로라면 장기매매도 양성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희소가치를 갖는 신체 자원을 필요시 자유의사에 따라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또한 장기의 보다 합당하고 정교한 가격 책정과 공정한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저자의 의견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