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유명하다니까, 대중으로부터 검증된 작가려니 안심하고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여러 권 사들였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실망했다. 그림체가 도무지 기력이라곤 없고 너무 대충 그린 것 같아서. 게다가 전개되는 이야기는 종종 뜬금없을 때가 있고 뭔가 좀 전반적으로 허술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책을 몇 번 들여다보고나서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보면 볼수록 이 사람 그림책에서는 다른 작가들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이고 비범한 개성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그림책들이 독자가 미개하다(?)는 확고한 전제하에 '수준에 맞추려는/배려하는/지혜를 주려는/보살피는' 자로서의 의젓한 태도가 아무리 천진무구한 척해도 어쩔 수 없이 배후의 기류처럼 깔려있다면, 그래서 때론 어른이 애써 아이 흉내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면, 이 사람 책은 정말이지 아이가 직접 만든 그림책 같다. 수준을 맞추려는, 지혜를 주려는, 흉내를 내려는 대상이 없다. 대상을 의식하지 않은 자족적 유희의 자유로움. 그런 게 주는 해방감, 진정성, 예술적 감동이 있다.
두 달 전 출간된 최신 부동산분석서. 책의 전망에 따르면 22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비싼 데는 더 오르고 싼 곳은 대폭락)가 본격화된다고.
조선시대였다면 내 사주 역시 사주단자 교환 후 바로 혼인 반려될 팔자라서, 뜨끔하여 읽어봄. 그런데 책도 저자와 독자 간 궁합이 중요한 걸까. 저자가 무관에 수,금 많은 사주라는데 그래서인지 관성 많고 수,금 기구신인 나하고는 영 안맞는 것 같다. 페미니즘 사주라고 할 만한 좀 더 이론적인 접근이나 임상 분석이 있길 바랬는데.
세간살이의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면서도 좋은 물건 모아놓은 책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이 고질적인 인지부조화를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아이 장난감 고르는 데 한 번쯤 참고해볼 만한 책이라고 우겨본다. 이 책 덕분에 빌락 애니멀타워, 드제코 퍼즐 등등 샀으니 아주 빈말은 아니다. 출간된지는 십 년 가까이 지났지만 시류에 아랑곳 않는 워낙 좋은 물건들만 모아 소개해놓은 책이라 지금 읽어도 유용하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이수정 김경옥, 2016)와 함께 읽어봄. 겹치는 사건 없고 해외사례까지 소개되어 있다.